최악 인플레 현재진행형…미 밥상물가 내년 5% 더 오른다

김정남 기자I 2021.12.28 07:17:43

미 시장조사업체 IRI, 내년 식료품 물가 추정
몬델레스, 제너럴밀스 등 1월부터 인상 계획
"재료비, 물류비, 포장비, 인건비 다 오른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가격 인상에서 자유로운 상품은 하나도 없어요.”

유명 식료품 유통업체 스파르탄내시(SpartanNash)의 토니 사삼 최고경영자(CEO)는 내년 전망에 대해 “유제품과 빵, 주스 등에 이르기까지 포장식품 가격은 더 오를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만난 자리에서다.

사삼 CEO는 “우유, 계란, 냉동 와플 등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제품의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 있다”며 “이를 상쇄하기 위해 치즈 등 속재료를 채운 닭가슴살(stuffed chicken breasts) 같은 요리 식품의 값을 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데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한 식당에서 고객들이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AFP 제공)


미국의 내년 밥상물가가 또 고공행진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거의 40년 만의 최악 인플레이션이 닥쳤는데, 내년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27일(현지시간) WSJ가 인용한 시장조사업체 IRI의 집계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식료품 가격은 1년 전보다 5%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물가 폭등은 이미 1980년대 초 수준이다. 상무부 통계를 보면 1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했다. 1982년 7월 이후 거의 4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10월(5.0%)과 비교해 한 달 만에 그 폭이 훨씬 더 커졌다. 같은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무려 6.8% 뛰었다. 이같은 고인플레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게 IRI의 추정인 셈이다.

스파르탄내시뿐만 아니다. 유명 제과업체 몬델레스는 내년 1월부터 쿠키, 사탕 등의 가격을 6~7% 올리기로 했다. 또 다른 식품업체 제너럴밀스와 캠벨수프도 내년 초부터 가격을 인상한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최근 고객사들에 젤리 푸딩, 머스터드 등의 제품값을 최대 20%까지 올리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밥상물가가 뛸 수밖에 없는 건 재료비 외에 인건비와 물류비까지 오르고 있는 탓이다. 식료품업계 일부 임원들은 “마요네즈와 냉동식품 등의 가격은 물류비, 포장비, 인건비 등이 오르며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은 상품을 파는 유통점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다. 식료품 체인인 페어웨이 스토어스의 레이놀즈 크레이머 CEO는 “이번달 제품 가격을 올리겠다는 서한을 공급업체로부터 받았지만, 반영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다음달 인상 소식을 또 들었다”고 토로했다.

일부에서는 식료품 제조업체들이 생산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을 두고 반독점 정부기관을 동원해 기업을 조사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기류가 있다.

그러나 업계는 이를 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크래프트 하인즈 관계자는 “유명 머스터드 제품의 생산 비용은 22% 급등했지만 소비자 가격은 6~13%만 올렸다”며 “모든 비용을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