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홍 전 관장은 지난 5일 KB국민은행과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 1994만1860주에 대해 유가증권 처분신탁 계약을 맺었다. 처분신탁 목적은 ‘상속세 납부용’으로 돼 있다. 즉,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팔겠다는 얘기다. 계약기간은 내년 4월25일까지다. 이는 전날(8일) 종가(7만1500원) 기준으로 1조4258억원에 달하는 규모로, 삼성전자 전체 주식의 0.33%에 해당한다. 홍 전 관장은 삼성전자 개인 최대 주주로 현재 2.3%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따라서 이번 매각이 이뤄지면 홍 전 관장의 지분은 1.97%로 낮아지게 된다.
같은 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삼성SDS 주식 150만9430주(1.95%·8일 종가 기준 2422억원)에 대해,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삼성생명 주식 345만9940주(2473억원)와 삼성SDS 주식 150만9430주(2422억원)에 대해 각각 KB국민은행과 처분신탁 계약을 맺었다.
이날 하루에만 삼성 일가가 처분하려는 주식 가치는 8일 종가 기준으로 2조1575억원에 달했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30일자로 주식 매각을 위해 신탁 계약이 아닌, 삼성전자 주식 583만5463주(0.10%)를 추가로 법원에 공탁한 바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은 주식·부동산·미술품 등 약 26조원의 유산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계열사 주식 지분 가치만 약 19조원에 달한다. 이에 삼성 일가는 올해 4월 용산세무서에 12조원이 넘는 상속세를 신고하면서 향후 5년간 6차례에 걸쳐 분할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주식 지분에 대한 상속세 규모만 보더라도, 홍 전 관장은 3조1000억원, 이재용 부회장 2조9000억원, 이부진 사장 2조6000억원, 이서현 이사장 2조4000억원가량으로 각각 추정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고 60%의 높은 상속세율 탓에 경영권 약화를 감수하더라도 지분 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적인 주식 매각, 부동산 매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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