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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비세척란은 정말 비위생적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달걀을 낳는 닭의 사육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세척 여부를 따지기 전에 먼저 확인할 것이 달걀 껍데기에 적힌 총 10자의 난간번호다. ‘생산날짜, 고유번호, 사육환경’ 순으로 영문과 숫자가 적혀 있는데 마지막 한 자리가 달걀을 낳은 닭의 사육환경을 나타내는 번호다. 1번은 방사 사육으로 동물복지 농장 즉 자유 방목한 닭이 낳은 달걀이다. 2번은 축사 내 평사를 뜻하는데 기준면적 1㎡당 9마리가 사육된다. 3번은 닭장 1개에 닭 11마리가 사육, 4번은 닭장 1개에 닭 15마리가 사육되는 환경이다.
즉 숫자가 낮을수록 닭이 닭장 안팎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뜻하고, 당연히 달걀 가격도 비싸다.
소비자들이 비세척란이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이유는 축사 안의 빽빽한 닭장과 닭장 안에 여러 마리의 닭이 가득한 사육시설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닭의 분뇨와 달걀이 한곳에 섞일 수 있는 이곳의 달걀을 세척하지 않고 판다면 분명 비위생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물로 깨끗하게 세척을 해야 하고 물이 닿은 달걀은 세척란의 냉장 유통 의무화에 따라 냉장상태로 보관·유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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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을 물 세척하면 외부 병균 등으로부터 계란을 보호하는 천연 장벽 역할을 하는 겉껍데기의 ‘큐티클층’ 이 파괴돼 병균에 노출되기 쉬워진다. 큐티클층은 산란시 계란 표면에 코팅된 층으로 기공을 통한 이산화탄소(CO2) 방출과 신선도 하락, 계란 내부의 미생물 침투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오히려 특A등급과 A등급의 달걀에는 물세척을 금지하고 있다.
물론 같은 1, 2번의 달걀을 판매하지만 물세척을 해서 판매하는 B 새벽배송업체도 있다. 세척란이 더 위생적이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에 따라 위생 이슈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판단으로 보인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물세척 여부는 유통업체의 차이일뿐 난각번호 1, 2번 달걀은 위생적인 환경에서 낳고 유통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결론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밥집 식중독을 발생시킨 살모넬라균이 정말 달걀 껍데기에서 비롯됐다면 해당 달걀은 1, 2번의 사육환경의 달걀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달갈 한판(30개) 평균 가격이 6000원대 중반인데 반해 난각번호 1번 달걀의 경우 10개 가격이 6000~7000원으로 고가여서 시중에서 판매되는 김밥 한 줄 가격을 감안할 때 김밥 속 재료로 사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