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이 사실로 밝혀져도 가해자에 대해 회사 차원의 인사조치를 넘어 형사처벌까지 이뤄지기는 어렵다.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서는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형사처벌 조항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라 불리는 근로기준법 제76조2, 제76조의3에서는 사용자(회사)로 하여금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해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유일하게 찾아볼 수 있는 형사처벌 조항은 가해자가 아닌 사용자(회사)에 대한 것이다. 사용자(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나 피해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데(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 이는 사용자(회사)의 관리책임 내지 2차 가해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지 가해자를 처벌하는 조항은 아니다.
물론 직장 내 괴롭힘 과정에서 폭행, 협박, 모욕, 명예훼손 등의 행위가 수반되었다면 폭행죄, 협박죄, 모욕죄, 명예훼손죄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수반하지 않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컨대, 직장 내 따돌림, 업무 전가, 사적지시, 업무 배제, 야근이나 주말 출근 압박 등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가해자가 벌금을 부과 받거나 교도소에 가지는 않는다.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더라도 이러한 사실은 변함이 없다.
통계자료 상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인식의 괴리가 발견된다. 고용노동부의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접수 및 처리현황’ 자료에 의하면,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중 실제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지는 건 0.3%에 불과하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범죄화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징계나 인사발령 등을 통해 충분한 불이익을 줄 수 있고, 회사 내부적으로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데, 굳이 형사처벌까지 한다는 것은 너무나 과도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형사처벌 되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한 개념 정의를 달리하거나 보다 구체화함으로써 범죄화로 인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범죄화 하자고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그대로 두는 것이 타당한지, 괴롭힘 방치법이 아닌지, 과연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