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도 1.5% 인상 그쳤는데…"3.1% 올려달라"는 공무원노조

최훈길 기자I 2020.07.15 00:00:00

정부 “1.7%, 코로나 고려해 7년 만에 최저”
노조 “3.1%, 처우 개선 위해 4년 만에 최고”
150만명 공공부문에 적용, 15일 결정 예정
‘역대 최저’ 최저임금 인상률에 영향 받을듯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노조가 내년도 공무원임금 인상률을 놓고 마지막 협상을 벌인다.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악화를 고려해 1%대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공무원노조는 하위직 처우 개선을 위해 3%대 인상이 필요하다며 맞서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최저치(1.5%)로 결정되면서 공무원임금 인상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14일 공무원보수위원회(공보위)에 따르면 정부는 1.7%, 공무원노조는 3.1% 인상안을 15일 공보위 회의에서 상정해 논의한다. 이날 회의에서 공보위는 정부 권고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공보위 관계자는 “15일 회의에서 인상안이 확정되면 기획재정부에 권고안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권고안을 검토한 뒤 인상률을 확정해 내달 발표하는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부 “성장률·물가·국가재정 고려해야”

정부가 제시한 인상률은 박근혜정부 때인 2014년(1.7%) 이후 7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공무원노조안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3.5%) 이후 4년 만에 최고 인상률이다. 공무원노조는 당초 4.4%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정부와 논의를 진행하면서 3.1%로 1.3%포인트 낮췄다.(이데일리 7월6일자<[단독]코로나에도 공무원노조 “임금 ‘4.4%’ 올려달라”>)

최종 확정된 인상률은 국가·지방직 등 전체 공무원(2019년 12월31일 기준 110만4508명), 전체 공공기관 임직원(41만594명)에 일괄 적용된다. 인사처에 따르면 올해 공무원 월급(2020년도 공무원 전체의 기준 소득월액 평균액)은 539만원(세전), 연평균 6468만원이다. 지난해 공공기관 직원 평균 연봉은 6779만원이다.

정부는 경제성장률, 물가, 국가재정 등을 감안해 인상률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1%, 한국은행은 -0.2%, 기획재정부는 0.1%로 올해 성장률을 전망했다. 이는 1998년(-5.5%) 이후 최저 성장률이다. 기재부는 올해 물가 상승률이 2019~2020년 2년 연속으로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0.4%)에 그칠 것으로 봤다.

올해 국가채무는 839조3000억원(3차 추경안 국회 통과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나랏곳간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사회보장성 기금)는 올해 111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적자다. 올해 중앙부처 공무원 인건비는 39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노조는 코로나19 현장에서 분투중인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임금 인상 이외에도 △초과근무수당 인상 △직급보조비 인상 △정액급식비 인상 △성과급제 폐지 등을 요구했다.

노조 관계자는 “6급에서 퇴직하는 대다수 공무원들은 공무원 평균 소득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라며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공무원, 민간 노동자 급여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 공무원이 아니라 1000조원의 사내유보금을 쌓아놓고 있는 재벌들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코로나로 고생한 하위직 처우개선 필요”

현재 공보위에는 고용노동부·교육부·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 고위공무원들이 정부 위원으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전국공무원노조·한국공무원노조가 노조 위원으로, 노·정 양측이 추천한 전문가들이 공익위원으로 참여 중이다. 공보위는 지난해 자문기구로 출범해 올해 인상률을 2.8~3.3%로 권고했다. 기재부·국회는 이를 반영해 올해 인상률을 2.8%로 정했다. 이는 2017년(3.5%) 이후 3년 만에 최대 인상률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 결과도 공무원임금 인상률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8720원(월 기준 182만248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8590원)보다 1.5%(130원) 오른 금액으로, 인상률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를 시행한 이후 역대 최저치다.

정부업무평가 국정과제평가 전문위원을 맡고 있는 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열심히 일한 공직자들에게 처우 개선을 하는 게 맞지만 코로나19 상황, 국가재정 적자, 국민정서도 고려해야 한다”며 “공직자들이 월급도 못 받고 거리로 내몰리는 민간 현실도 살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도 공무원임금 인상률을 1.7%, 공무원노조는 3.1%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정부와 노조는 오는 15일 공무원보수위원회 회의에서 인상률을 논의할 예정이다. [출처=인사혁신처]
인사혁신처는 관보에 ‘2020년도 공무원 전체의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을 539만원으로 고시했다. 이는 연평균 6468만원(세전 소득)이다. 공무원 전체 기준소득월액 평균액은 2011년 첫 발표 이후 올해까지 10년 연속으로 늘어났다. 단위=만원 [자료=인사혁신처]
공무원 인원이 늘면서 올해 중앙부처 공무원 인건비 예산이 39조원에 달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3년 만에 5조6000억원이 증가했다. 정부가 관련 통계를 공개한 2007년 이후 3년 만에 이렇게 인건비가 증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위=조원 [출처=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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