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인기에…정식 제품으로 승격한 한정판들

이성웅 기자I 2020.06.15 05:30:00

농심 ''앵그리 RtA'', 석 달 만에 매출 100억원 올려
KFC ''닭껍질튀김'', 소비자 재출시 요구에 정식 메뉴로
''바나나 열풍'' 만든 ''몽쉘 바나나''도 4년 만에 돌아와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식품업계에서 한정판 제품들이 정식제품으로 출시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수량 한정, 기간 한정으로 출시된 제품들이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면서 상품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정식제품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제품의 질을 개선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정식제품으로 출시한 농심 ‘앵그리 너구리’.(사진=농심)
농심은 지난달 한정판 ‘앵그리 RtA’를 ‘앵그리 너구리’로 정식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앵그리 RtA는 농심이 지난 1월 한정판으로 선보인 제품으로,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기존 대비 3배 가량 매운 국물맛과 홍합과 오징어, 미역 등 해산물 재료로 구현한 풍부한 해물 맛이 인기요인이었다.

한정판 제품명인 RtA는 온라인상에서 너구리를 지칭하는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었다. 외국인들이 ‘너구리’라는 글자를 뒤집어 ‘RtA’로 읽었기 때문이다. RtA 출시 전부터 아마존 등에선 너구리를 ‘RtA Noodle’로 판매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밀레니얼 세대 펀슈머들 사이에서 앵그리 RtA가 유독 인기를 끌었다.

앵그리 RtA는 ‘먹방’(먹는방송) 유튜버들의 필수 시식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는 시식 후기가 5000건 이상 올라오기도 했다.

또 지난 2월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유행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와 함께 앵그리 RtA를 활용한 ‘앵그리 짜파구리’가 이색 레시피로 주목받았다.

농심은 이와 같은 시장의 반응에 힘입어 앵그리 RtA 정식 출시를 추진했다. 다만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RtA보다 너구리라는 브랜드명이 더 친숙하다는 점을 고려해 제품명은 앵그리 너구리로 바꿨다.

KFC도 지난해 닭껍질 대란을 일으켰던 한정판 ‘닭껍질튀김’을 전국 매장에서 정규 메뉴로 출시했다.

닭껍질튀김은 지난해 일부 매장에서 기간 한정으로 판매한 제품이다. 닭껍질튀김을 맛보기 위해 매장 앞에서 길게 줄을 서는가 하면, 편의점이나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에서도 미투(Me too·모방) 제품을 선보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KFC는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문의와 요청에 따라 상시 판매하기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본래 닭껍질튀김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일부 KFC 매장에서만 판매하던 제품이다. 한정 출시 당시에도 해외에서 닭껍질튀김을 맛본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를 요청해 국내 시장에 선보일 수 있었다.

(자료=KFC)
KFC는 정식 출시에 맞춰 함께 제공되는 살사 소스의 풍미를 한층 개선했다. 살사소스는 별도로도 판매하고 있어 다양한 다른 메뉴와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롯데제과도 지난 2016년 한정판으로 출시했던 ‘몽쉘 초코&바나나’를 4년 만에 ‘몽쉘 바나나’로 재출시했다.

몽쉘 바나나는 출시 당시 한 달 만에 1500만 개가 판매되고 2016년 연간 약 22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몽쉘 바나나 출시 이후 식품시장엔 일대 바나나 열풍이 불어 바나나맛 제품들이 넘쳐났다.

롯데제과는 역시 지속적으로 재 출시를 요청한 소비자 의견을 반영했다.

4년 만에 다시 선보인 몽쉘 바나나는 2016년 출시 당시 제품보다 크림을 약 20% 늘려 맛과 풍미를 한층 더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촉촉하면서 부드러운 카카오 케이크 속에 달콤하고 부드러운 풍미의 바나나 크림과 생크림이 함께 들어 있다.

아직 정식제품은 아니지만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플렉스’도 당초 계획보다 생산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처음처럼 플렉스는 래퍼 ‘염따’와 협업한 한정판 제품이다.

제품명인 ‘플렉스’는 자신의 부와 능력을 과시하거나 라이프 스타일을 자랑하는 의미로 쓰이는 힙합용어다. 래퍼 염따가 힙합 경연 프로그램 ‘쇼미더머니8’에 출연해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라고 말한 이후 유행하기 시작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신의 성공을 입증하는 새로운 ‘플렉스 문화’가 자리 잡았다.

이번 제품은 ‘처음처럼’을 마시고 있는 염따의 유튜브 영상에 롯데칠성음료가 처음처럼 공식 계정으로 댓글을 남긴 것이 계기가 돼 협업이 성사됐다.

특히 2030 소비자 사이에서 병뚜껑 속에 들어 있는 ‘염’, ‘따’, ‘빠’, ‘끄’ 4글자를 모으는 ‘염따빠끄챌린지’가 유행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소매점 뿐만 아니라 홍대나 강남 등 연령대가 낮은 상권에선 유흥주점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