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나 다를까 단순한 스포츠 브라가 아니었다. GPS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IT 기기를 탑재한 일종의 조끼였다. 이 스포츠 브라는 실시간으로 선수들의 이동거리와 속도, 활동량 등을 기록하고 분석해주는 기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궁금증이 풀리자 직접 써보고 싶어졌다. 선수들이 입는 훈련복과 축구화를 수집하는 축돌이(?)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다만 선수들이 실제 사용하는 제품은 기기에 따라 1000만원을 호가했다. 다행히 최근 아마추어 동호인을 위한 보급형 기기가 출시돼 저렴한 가격에 기기 체험이 가능했다.
이번에 사용해본 제품은 유비스랩의 사커비팟이다. 시중에서 10만원대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다. 기기를 넣은 스포츠 브라를 입고 경기를 뛰고 나면 이동 거리와 최고 속도, 스프린트 횟수, 활동범위 등을 분석해 알려준다. 정식 규격의 축구장뿐만 아니라 소규모의 풋살장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평소 팀이 쓰는 축구장 개방이 중단돼 풋살장에서만 두 차례 사용해봤다. 처음으로 스포츠 브라를 입다 보니 주변의 시선이 느껴졌다. 대놓고 “브래지어를 왜 차고 왔냐”고 놀리는 팀원도 있었다. 부끄러움과는 별개로 스포츠 브라의 착용감은 우수했다. 생각과는 다르게 몸을 푸는 데도 크게 불편함이 없었다. 브래지어 브랜드들이 왜 ‘편안함’을 강조하는지 비로소 이해가 됐다.
경기를 마친 뒤 스마트폰 앱에 데이터를 전송했다. 이후 장소와 포지션, 세션 등 정보를 입력하니 바로 경기 분석 결과를 볼 수 있었다. 전체 경기의 이동 거리와 최고 속도, 스프린트 횟수와 활동량(히트맵)이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원하면 세션별로 데이터를 나눠볼 수도 있었다. 골이나 도움 등 활약상과는 관계없이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긴 평점도 나왔다. GPS가 기록한 내 움직임도 고스란히 다시 추적해볼 수 있었다.
공부에는 복습이 중요하다고 했다. 사커비팟을 써보니 축구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느꼈다. 뛰었던 경기를 데이터를 통해 돌아보면서 더 효율적으로 뛸 수 있는 플레이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경기마다 쌓이는 데이터를 비교하면서 개선된 경기력을 추구하는 일이 가능했다. 특히 데이터를 전송하고 분석하는 등 과정이 간편해 평소와 다르게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혼자보다는 팀원이 모두 사커비팟을 사용해야 제대로 된 분석이 가능해 보였다. 팀원의 포지션별 활동량과 움직임 등을 비교해 분석할 경우 개인이 아닌 팀 차원의 경기력 개선이 이뤄질 것 같았다. 가끔 신뢰할 수 없는 데이터가 저장되는 일도 있었다. 독립적인 축구장이나 풋살장에서는 정확한 위치가 입력됐지만 여러 개 구장이 붙어 있는 경우에는 엉뚱한 위치 정보 탓에 제대로 된 데이터 분석이 불가능한 불상사가 생기기도 했다.
[영상 촬영·편집 = 백현철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