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의견거절` 속출 주의보…내달만 23곳 상폐 갈림길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다음 달 감사보고서 ‘의견거절’ 등 비적정 의견을 받은 23곳 상장회사가 무더기로 상장폐지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작년 이들에게 부여됐던 1년간의 경영 개선 기간이 내달 종료되기 때문이다. 상폐 갈림길에서 투자자들의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4월 9일에만 19곳 개선기간 종료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21곳, 코스피 상장사 2곳의 경영 개선 기간이 다음 달 종료된다. 특히 4월 9일 개선기간이 종료되는 회사만 19곳이다. 개선 기간이 종료되면 경영 개선계획서가 제출되고 그 뒤 기업심사위원회,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거쳐 최종 상장 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이들은 작년 3월, 2018사업연도 감사 ‘의견거절’ 등을 받은 회사들로 그 즉시 상장폐지 대상으로 분류, 대부분 1년간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코스닥 상장사는 의견 거절뿐 아니라 한정 의견 등을 받은 경우에도 즉시 상폐 대상이 되지만 코스피 상장사는 의견 거절에 한해서만 상폐 대상으로 분류된다. 한정 의견을 받으면 ‘관리종목’ 대상이다.

작년엔 총 35개사(코스닥 31개, 코스피 4개사)가 의견 거절 등을 받아 상폐 대상이 됐다. 이들 중 데코앤이, 에프티이앤이 등은 상장폐지 결정으로 퇴출됐다. 경남제약(053950), 라이트론(069540), 솔트웍스(230980), 영신금속(007530)은 향후 재감사를 통해 다시 ‘적정’ 의견을 받아 주식 거래가 재개됐다.

다만 적정 의견을 다시 받았음에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분류돼 개선 기간이 재부여된 종목도 있다. 셀바스AI(108860), 이스트아시아홀딩스(900110)(반기보고서 검토의견은 의견거절) 등 2개 종목이다. 이들은 각각 4월 17일, 8월 5일까지 개선기간이 부여됐다.

1년의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음에도 재감사를 통해 적정 의견을 못 받은 곳은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35개사 중 상폐 또는 적정 의견을 받아 거래가 재개된 회사를 제외한 24곳이 적정의견을 받지 못했다. 문제는 이들 모두가 작년 사업연도 반기 검토보고서 또한 ‘의견거절’을 받았다는 점이다. 더구나 개선기간 중 세화아이엠씨(145210), 신한(005450), EMW(079190) 등은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의 혐의가 발생하기도 했다. 포스링크(056730), 크로바하이텍(043590)도 마찬가지다.

2018년까지만 해도 감사 의견 비적정과 관련해 부여된 개선기간 한도는 6개월이었으나 재감사 기간이 부족하다는 상장사들의 요구에 1년으로 늘려준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빠듯해 감사의견 적정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

◇ 44곳, 반기보고서 검토 의견거절…투자주의 필요

한편 회계 감사가 깐깐해지면서 올해도 무더기로 2019사업연도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작년 사업연도 반기 검토 의견거절을 받은 회사만 무려 44곳이다. 이 중에는 작년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을 받은 곳(29개)이 포함돼 있지만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허위 성분 논란에 휩싸였던 코오롱티슈진(950160), 코오롱생명과학(102940) 등 15개사도 반기 검토의견 거절을 받았다. 한류AI센터(222810), 한류타임즈(039670) 등도 있다.

감사보고서는 주주총회 소집일 일주일 전까지 제출하도록 돼 있어 3월 중순부터 감사 의견의 적정 여부에 촉각이 모아질 전망이다.

특히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코스피보다 매년 의견 거절 등 감사의견 비적정 회사가 급증하고 있다. 2016사업연도 결산까지만 해도 감사의견 비적정 상장사는 14개였으나 2017 결산에선 18개, 2018 결산에선 무려 29개로 급증한 바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감사의견 거절이 예상되는 회사가 50여 개를 넘을 수 있는 데다 개선기간이 무더기로 종료되면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