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나서서 자영업자들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대폭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연 매출 규모 5억~500억원인 업체를 대상으로 우대 수수료율을 기존보다 더 낮추거나 세액공제를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어제 금융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당정회의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이로써 현행 1.3% 이하의 낮은 수수료 적용을 받고 있는 연 매출 5억원 미만 가맹점까지 포함해 250만개에 이르는 전국 가맹점들이 혜택을 받게 됐다. 전체 가맹점(269만개)의 93%에 이르는 규모다.
경영 애로를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라는 점에서는 일단 긍정 평가할 만하다. 이번 조치로 차상위 자영업체들의 경우 연간 5200억원 규모의 수수료 경감 혜택을 받아 가맹점당 대략 214만원 안팎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니 상당한 성과다. 더욱이 경기가 갈수록 가라앉고 있는데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처럼 경영 여건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시점에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그나마 숨통을 틀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신용카드사의 수수료 문제에 당정이 직접 뛰어든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시장 기능을 통해 자율적으로 조정되는 것이 정상인 가격 구조에 당정이 개입했다는 자체가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수수료 원가 요인을 분석해 합당한 비용만 가맹점 수수료에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설명에서부터 월권 소지가 감지된다. 신용카드사들이 부정하게 폭리를 취했거나 담합 의혹이 있다면 현행 법 체계에서 다른 시정 방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결국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카드업체에 떠넘기는 것밖에 안 된다. 카드업계 내부에서 딱한 사정을 하소연하는 반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이유다. 당장은 부담을 전가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카드업계의 부실을 불러올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카드 사용에 따른 기존의 여러 서비스가 줄어들게 됨으로써 그 부담이 일반 소비자에까지 전가된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근본 원인부터 고치고 넘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