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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제재' 오늘부터 전면 복원..한국, 예외국 포함

정태선 기자I 2018.11.06 05:00:00
외교부는 5일 미국이 에너지 및 금융 분야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며 한국에는 예외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9월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대(對)이란 핵 서밋’ 회의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정태선 김미경 원다연 기자] 미국 정부가 5일 0시(현지시간·한국시간 5일 오후2시)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등 경제·금융 제재를 전면 복원했다. 제재에 동참하는 나라는 이란산 원유 거래가 금지되고, 이를 어기면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거나 미국과 사업을 할 수 없게 된다. 다만 미국은 한국을 포함한 8개 국가에 대해선 이란산 원유 수입 제한에 예외를 인정해 주기로 했다.

◇2년 10개월만에 미 이란제재 복원=이번 제재 복원은 2015년 미국 등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의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타결에 따라 이듬해 1월부터 대 이란 제재를 완화한 지 2년 10개월 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정부 시절이던 2015년 7월 타결된 이란 핵합의에 대해 이란이 핵프로그램 감축이라는 합의 조건을 어겼다고 주장하며 지난 5월 일방적으로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이어 금·귀금속, 흑연, 석탄, 자동차, 상용기·부품·서비스 수출 등의 분야에서 이란과 거래한 기업·개인을 제재하는 1단계 제재를 지난 8월 7일 부활시켰다. 이번에 시행되는 2단계 제재는 이란의 원유, 천연가스, 석유화학 제품, 항만 운영·에너지·선박·조선 거래,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 등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란의 기간 산업체인 주요 국영회사들이 제재 리스트에 오르고 이란산 원유, 천연가스, 석유화학 제품을 수입하는 외국 기업들도 미국의 제재대상이다. 미국은 이를 통해 이란의 원유 수출을 ‘0’으로 줄여 이란 경제를 고사시키겠다고 압박해왔다.

◇한국 등 8개국 예외 인정=이번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들은 이란산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 중단으로 자국 경제에 큰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다만 미 정부는 이번 제재가 국제 유가 등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에 따른 개별 국가의 타격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했다. 외교부는 이날 “미국은 지난 5월 이란핵합의(JCPOA) 탈퇴에 따른 대이란 제재 복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등에 대해서는 이란산 원유 수입의 상당한 감축을 전제로 미국 제재의 예외를 인정한다고 발표했다”고 밝혔다. 예외가 인정되는 8개국은 원유 지급액을 역외 계좌로 송금해 이란이 인도주의적 거래나 제재 대상이 아닌 제품 및 서비스 영역의 거래를 위해서만 송금액을 이용할 수 있다.

현대건설 이란 사우스파 45단계 가스처리시설 모습.
◇콘덴세이트 안정적 수급 ‘당분간’ 가능=이번 예외 인정 결정으로 우리나라는 이란산 원유 수입을 지속할 수 있게 되면서, 특히 국내 석유화학 업계에 필수적인 콘덴세이트(초경질유)의 안정적 수급이 가능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이란 핵협정 타결 이후 이란산 원유 수입을 늘려왔으며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콘덴세이트 물량의 53%가 이란산에 집중돼 있다. 이번 예외 인정으로 우선 향후 180일간 이란과 거래가 가능하며, 180일 후에도 예외 조치를 연장할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업계가 콘덴세이트를 프로세싱해 플라스틱 등의 제품을 만드는 데에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데, 이 같은 장비가 대부분 이란산 콘덴세이트에 맞춰져있다”며 “미국의 제재로 인해 동맹국이 피해를 보는 상황은 발생하면 안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설득해 예외 인정을 얻어냈다”고 말했다.

일단 국내 정유업체들인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현대오일뱅크 등은 이미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면서 대비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콘덴세이트를 들여올 수 있는 대형 시장을 잃었다는 점과 이번 경제 제재가 향후 국제유가 등락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수입하는 SK에너지는 작년 5월부터, SK인천석유화학은 올 8월부터 미국 제재를 의식해 이란산 원유를 들여오지 않고 있다. 대신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산 등의 수입량 늘렸다. 현대오일뱅크도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고 멕시코 등 북남미 쪽에서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한화토탈, 현대케미칼도 이미 지난 7월 선적을 마지막으로 이란과의 계약을 중단한 상태다.

◇대형 이란 시장 흔들..악영향 대비해야= 당장 예외 인정를 인정 받았지만 이란산 원유 수입 물량은 지속적으로 감축해야 하고 수입선 변경에 따른 원가 상승도 부담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예외 인정의 전제가 ‘상당한’(significant) 감축”이라며 “감축량은 한미간 합의에 따른 비공개 사항이지만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협상을 진행한 결과 현재 타결한 물량 자체는 (감축 수준을) 감내할 수 있는 정도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석유화학 업계 한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는 초경질유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수인데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이번 제재로 한국은 좋은 수입원을 잃게 됐다”며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원가 부담을 높이는 요인된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여파가 당장 국내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장기화하면 업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부는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노력에 계속 동참해 나가는 한편 그 과정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파급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앞으로도 유관 국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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