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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일각에서는 고임금뿐 아니라 고용안정성이 좋아 ‘귀족노조’로 불리는 금융노조의 총파업은 명분이 약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63세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시행 연한 확대 등이 제 밥그릇 챙기기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권 직원 사이에서도 과도한 요구가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금융노조를 대표하는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8일 서울 을지로 금융노조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이번 총파업은 전(前) 정부서 후퇴된 근로조건을 원상복귀시키고 생존이 걸린 고용안정 등을 찾고자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 다음은 허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총파업의 명분은 무엇인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실질적인 단체임금협상을 해본 적이 없다. 당시엔 방어적 측면에서 정부와 투쟁을 전개해온 거다. 사측과 근로조건에 관한 생존권을 임단협 안건에 올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부터 산별중앙교섭이 재개됐지만 교섭다운 교섭을 한 적이 거의 없다. 이명박근혜 정부 기간 후퇴된 근로조건을 원상복귀하고 생존이 걸린 고용안정을 위한 협상이라고 볼 수 있다. 비정상의 정상화로 이해해 달라.
-구체적인 노조의 요구사항은
△그간 3차례 중앙노동위원회 회의에 두 번 직접 참석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에 주력했다. 하지만 사측은 ‘평균 임금상승률 2.6%, 임금피크제 적용연령 2년 연장’ 안을 일체 거부했다. 예컨대 임금피크제는 55~56세에 명예퇴직하는 구조다. 임금피크제 도입 당시 정년이 58세였다. 이후 법제정을 통해 정년이 60세가 됐으니 정년이 늘어난 2년만큼 임금피크제 적용연령을 연장하자는 취지다. 고령화 사회에 55세만 되면 강제퇴직 하다시피 하니 생산활동가능 인구를 늘리는 차원에서 정년을 완전하게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63세로 정년을 연장하자는 입장은 사측과의 협상을 통해 양보할 생각도 있다.
-주(週)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에 관한 입장은
△경제개발기구(OECD) 연간 평균 근로시간이 1776시간이다. 우리나라는 2100시간 정도고 금융권은 이보다 많은 2700시간을 근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목표로 한 연간 1800시간과 비교하면 금융권은 900시간이나 더 일하는 셈이다. 금융권이 주 5일제 근무를 국내 최초로 도입하고도 주 52시간을 넘어서는 무임금 노동을 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당초 예정된 시행시점인 내년 7월 1일보다 앞당겨져 연내에 실시가 가능해지기를 희망한다. 사측의 주장처럼 일부 특수직군에 대한 예외직무를 인정하거나 인력을 신규 채용하지 않으면 힘들 것이다. 우리사회의 가장 큰 고민인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서도 주 52시간 근무는 준수돼야 한다. 평일 5일간 주 40시간을 정상적으로 근무할 경우 2만9000명가량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주 52시간제 조기 도입 및 근무단축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이번 총파업을 통한 핵심 쟁취 사안은
△과당경쟁의 중단이다. 지난 2016년 12월 금융노조위원장에 출마하면서 슬로건 자체를 ‘경쟁을 멈추자’고 정했다. 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KPI) 폐지다. KPI 성과평가 지표가 무려 100가지가 넘는다.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성과급과 승진 등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본다. 매일 같이 실적 등수를 매기고 주간 단위로 순위가 바뀌며 월·분기·반기·연간 단위 실적 순위도 공개한다. 내부에서는 KPI 경쟁이 너무나 심하다.
▶허권 위원장은…
△1964년 경남 합천 출생 △건국대 영문학과 졸업 △건국대 대학원 영문학 석사 △NH농협지부 위원장 △한국노총 대의원 △현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