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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이 핵 프로그램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다. 핵무기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해 왔다. 이 협정으로는 이란 핵폭탄을 막을 수가 없다”고 탈퇴 배경을 설명하며 이처럼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 때 만들어진 이란핵협정은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6개국이 이란의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게 핵심이다. 미국은 백악관이 90일마다 이란의 핵협정 준수 여부를 평가, 미 의회가 이란에 대한 제재면제 연장을 결정할 수 있게 한 이른바 ‘코커-카딘법’을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에 따라 오는 12일까지 제재 유예기간을 연장해주지 않으면 이란 핵협정은 파기 수순을 밟게 된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시작할 것”이라며 대(對)이란 제재를 재개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문제는 미국이 이란핵협정에서 탈퇴할 경우 중동정세는 극대로 험악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란과 앙숙인 이스라엘을 제외한 국제사회가 일제히 우려를 표한 배경이다. 하산 하로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이란TV를 통해 “핵협정에 남아 미국을 제외한 다른 협정국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일각에선 ‘군사적 충돌’은 물론 ‘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올바른 결단을 내렸다”고 환영했다. 안토니우 쿠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성명을 내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정에 우려를 표한다”며 나머지 협정국은 핵협정에 남아줄 것으로 요청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트위터에 “미국의 탈퇴로 핵무기 비확산 체제가 위태로운 상태”라며 핵협정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한반도 상황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정권에 따라 약속을 번복할 수 있음을 바로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원자력기구(IAEA)까지 이란이 핵협정을 완전히 이행하고 있다고 평가한 상황이다.
실제 북한은 미국의 핵협정 파기 여부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주 북한대사를 지낸 바 있는 류샤오밍 주 영국대사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지켜보고 있다. 만일 미국정부가 전임 행정부가 체결한 협의를 탈퇴한다면 이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핵협정 탈퇴 의미에 대해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압박용 카드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