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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말 안전진단 예치금 넣었는데…망연자실한 성산시영

권소현 기자I 2018.03.06 06:00:00

국토부 "예치금 납부 아닌 계약 기준"
계약 체결못해 강화된 안전진단 적용

상암월드컵경기장 너머로 보이는 성산시영 아파트 단지[사진=서울시]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안전진단 신청을 위해 진단비용을 납부한 서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주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2년 전 예비진단을 통과한 후 안전진단 비용을 마련하느라 시간을 보내다 지난주 급하게 예치금을 납부했는데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 못해 강화된 안전진단을 적용받게 생겼기 때문이다.

6일 마포구청에 따르면 성산시영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2일 안전진단 용역비로 4억1500만원을 시설안전공단에 예치했다. 하지만 계약은 체결하지 못했다. 정부가 지난달 21일 ‘재건축 안전진단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만큼 시행시기까지 섣불리 계약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 안전진단 기준 강화를 위한 행정예고 기간이 지난 2일로 끝났고 국토교통부는 바로 다음 영업일인 5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안전진단 용역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단지는 강화된 기준을 적용받는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위치한 성산시영 아파트는 총 33개동, 3710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로 지난 1986년에 입주해 재건축 연한 30년을 넘겼다. 2016년 현장조사인 예비진단을 통과했고 시설안전공단에 정밀안전진단을 의뢰했다. 용역비가 4억원 가량 산출됐으나 납부를 미루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방안이 발표되자 부랴부랴 세대별로 비용을 모금해 지난 2일 납부한 것이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처음부터 공신력 있는 공공기관에 안전진단을 맡기자는 취지에서 시설안전공단이나 한국건설기술원에 의뢰해 수의계약을 추진해왔다”며 “예치금 납부를 계약에 준해서 볼 것인지에 대한 유권해석이 나오지 않아 주민에게 정확히 안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예치금 납부가 아니라 계약이 기준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 성산시영의 경우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만큼 안전진단 기준 강화를 피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이에 대해 성산시영 주민들은 시설안전공단에 계약을 요구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기한을 넘겼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신종식 서부지역발전연합회장은 “시설안전공단에서 성산시영과 계약하면 다른 곳과도 계약을 해줘야 한다면서 거부하는 바람에 계약하지 못했다”며 “국토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시설안전공단 관계자는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방침을 발표하자마자 재건축 단지들이 계약을 서둘렀는데 정책이 발표된 이후에는 계약을 유보할 수 밖에 없다”며 “정식 시행되기 전까지 지켜봐야하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재건축 단지의 반발을 감안해 주거환경분야 평가항목 중에 소방활동 용이성, 세대당 주차대수의 가중치를 높이기로 했지만 성산시영 주민들은 안전진단 통과 여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성산시영 차량등록대수는 3733대로 주차 허용대수 1233대의 300%가 넘는다. 이중, 삼중 주차로 늘 차 빼기가 어렵다는게 주민 전언이다. 단지 안쪽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가 진입하기까지 3시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세대당 주차대수에서 최하 등급인 E등급을 받아도 도시미관, 침수피해 가능성, 실내생활공간 적정성, 에너지효율성, 층간소음, 노약자 및 어린이 생활환경 등도 함께 보기 때문에 주거환경분야에서 최종 E등급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일단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 만큼 성산시영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예치금 반환을 청구할 것인지, 안전진단을 강행할 것인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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