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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건축 규제로 강남 집값만 더 뛸라

논설 위원I 2018.01.23 06:00:00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으려고 상승세를 주도하는 재건축 규제에 집중할 기세다. 국토교통부는 그제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부담금이 최고 8억 4000만원에 이를 것이라며 ‘세금 폭탄’을 예고했다. 앞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재건축 연한을 준공 후 30년에서 40년으로 늘리고 안전진단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강남 재건축을 규제하면 전체 집값도 안정될 것으로 보고 겹겹이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국토부가 발표한 환수금 규모가 당초 예상됐던 수준의 2배가 넘어 일단 재건축 투자심리를 주저앉히는 효과는 거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환수금 부과 계산 방법이 명확치 않은데다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부과라는 점에서 위헌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최근 구입한 사람은 시세차익이 적은데도 과도한 세금을 물어야 하는 문제도 안고 있다. 무엇보다 재건축 위축으로 공급 감소를 우려한 풍선효과가 우려된다. 공급이 부족하게 됨으로써 강남의 기존 아파트와 재건축 확정 아파트 가격이 되레 더 뛸 것이라는 얘기다.

재건축 연한 강화도 부작용이 만만찮다. 1987∼1991년에 준공돼 재건축 추진을 바라보는 서울의 아파트는 모두 24만 8000가구다. 이중 강남 3구 아파트는 14.9%에 불과한 반면 85.1%인 21만 1000가구가 비강남권이다. 재건축 연한을 강화하면 결과적으로 강남보다 비강남권 아파트들이 더 많이 피해를 보는 셈이다. 자칫 지역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공급이 장기간 막히게 돼 40년 지난 아파트나 이미 안전진단을 받은 곳을 중심으로 투기가 재연될 가능성도 지나칠 수 없다.

사회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집값 폭등은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잡아야 할 국가적 과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세금폭탄 등의 충격 요법은 일시적 효과는 거둘지 모르나 집값을 잡을 근본 대책은 되기 어렵다. 강남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살기 좋은 환경에 보유자산 가치가 높은데 공급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요 억제에만 치중해서는 풀리지 않는다. 비강남권도 교통, 학군, 문화시설 등 강남만큼의 인프라를 갖춘 곳으로 개발해 대체 공급을 늘리는 쪽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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