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소와 과일은 그래도 낫다. 집을 사볼까 하는 고민은 몇년째 이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우연찮게 동네 부동산 앞만 지나도 널뛰는 시세에 한숨부터 나온다. “확 사버려야 한다”는 조언에 솔깃해지다가도, 억(億)대 대출 앞에서는 또 한없이 작아진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다. 정작 정책당국은 물가가 너무 낮아 고민이라니 말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전세계 공통의 현상이다. 정부에서 매달 나오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경제가 성장하는 정도보다 이상하리만치 오르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지표물가와 체감물가간 괴리가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기자는 그 정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국내 지표물가부터 뜯어보자. 한 가정의 가계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누가 뭐래도 집값이다. 주택가격이 급등했고, 그래서 가계부채가 급증했고, 그래서 가계소비가 급감했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주택 매매가격은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이미 지어진 건물이든 새로 올린 건물이든 똑같다. 전·월세 가격의 변동만 반영될 뿐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체감물가는 다시 요동칠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현장의 곡소리가 지표에 온전히 반영될지 의문이다. 소비자물가 가중치(중요도)의 합인 1000에서 계란의 비중은 2.4에 불과해서다. 소비자물가는 비중이 높은 460개 품목을 정해 가중치를 매겨 산출한다.
문제는 경제정책의 오류 가능성이다. 정책 결정시 주요한 요소 중 하나가 지표물가인 탓이다. 한 나라 경제의 물가는 우리 몸의 체온과 같다. 고열도 문제고 저체온도 문제다. 혹여 고열에 끙끙 앓는 환자에게 저체온증 약을 처방하는 우(愚)를 범하지는 않을지, 정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