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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무역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정부는 주 정부들과 함께 한국 기업 유치에 나섰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개최한 현지시장 진출 세미나에서 데니스 주라브스키 러시아공단협회 대표는 “러시아 각 지역에 소재한 공단마다 진출기업 유치를 위해 다양하고 차별화된 지원방안이 경쟁적으로 마련되고 있다”며 “러시아 거점확보를 추진한다면 지금이 진출에 적기”라고 강조했다.
◇공공조달 시장만 500조원 이상..한국 기업에 손짓
러시아는 정부 차원에서 한국 기업의 진출 확대를 위해 두 가지 유인책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강조하는 요인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즈 등 5개국으로 이뤄진 ‘유라시아 경제공동체(EAEU)’로의 진출이다. EAEU는 동남아시아의 아세안(ASEAN)이나 유럽 지역의 EFTA(유럽자유무역연합)처럼 서로 관세를 면제해주고 이동의 자유도 보장해주는 형태의 연합 관계를 맺고 있다. 인구가 1억4000만명에 달하고, 경제성장률과 인구증가율, 자원 부존량이 높아 성장성이 높은 신흥시장으로 뜨고 있는 지역이다.
코트라(KOTRA)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 지역 진출의 교두보로 공공조달 시장 이용을 권고했다. 구(舊) 소련 지역인 이 지역은 정부를 중심으로 경제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에 여기에 진입하면 민간시장 수요도 잡을 수 있고, 공공조달 시장은 입찰을 통한 경쟁이 어느 정도 가능한 점도 있다. 러시아(4820억달러), 카자흐스탄(58억달러), 벨라루스(43억달러) 등 규모도 5000억달러(약 566조원) 이상으로 상당하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블라디보스톡을 중심으로 한 극동지역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얼지 않는 항구인 ‘부동항’ 확보에 열을 올렸고, 때문에 블라디보스톡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 러시아 정부는 이 지역 개발에 한·중·일 3국을 끌어들여 동북아시아 경제권에 편입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에 대해 수산물 가공이나 어선 건조, 항만·교통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 유치를 시도하고 있다. 무비자 체류, 통관 간소화 등 다양한 혜택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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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도 적극적이다. 이 지역은 오랜 기간 국내 대기업들이 터를 닦았고, 여기에 한류 열풍이 더해지면서 한국산 브랜드에 대한 인기가 높다. 종합상사의 경우 포스코대우(047050), LG상사(001120), 현대종합상사(011760), OCI상사, GS홈쇼핑(028150) 등이 진출해있다.
포스코대우는 대우그룹 시절부터 이 지역에서 오랜 기간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 온 전략시장 중 한 곳이다.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도 러시아법인에 근무한 적이 있다. 최근에는 미얀마에서 미곡처리장을 인수하며 쌀 사업을 시작했는데, 여기서 생산한 제품의 주요 수출지 중 한 곳이 러시아다. 이 밖에 투르크메니스탄과는 봉강 제철소 건설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포스코건설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LG상사는 자원개발 사업을 중심으로 현지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자원 부존량이 높은 이 지역에서 LG상사는 중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프로젝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또 부품이나 생산용 설비, 내·외장 설계 등 자동차(Automotive) 관련 사업도 러시아에서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는 국내 중소기업인 라인호와 함께 러시아 국영 즈베즈다 조선소에 세계 최대 규모인 5만4000t급 선박이동설비(Ship Transfer System)를 공급한다. 전체 사업금액은 200억원으로, 라인호가 설계와 제작, 공급, 설치 등 전 과정을 총괄한다. 즈베즈다 조선소를 중심으로 러시아 정부가 한국의 조선기자재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데 나온 성과여서 더 의미가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OCI상사와 GS홈쇼핑 등도 러시아 등 CIS 지역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특히 GS홈쇼핑은 새로 생긴 전문무역상사 업체로 선정된 이후 국내 중소기업과 함께 진출을 꾀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생산품을 GS홈쇼핑이 우선 구매한 뒤 해외 합작홈쇼핑에 직접 수출하는 시스템을 활용한다. 현지에서 재고를 관리하는 부담을 줄이고, 환율변화와 현지 인·허가, 통관절차 등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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