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최근 지인들과 만나면 나오는 화두 중 하나는 단연 ‘스타크래프트’다. PC온라인게임의 원조격인 스타크래프트가 올 여름 세련된 그래픽으로 현대화해 재등장하고, 그에 앞서 전면 무료화한다는 소식에 70~80년대생들은 추억을 되새기며 흥분한다. 인터넷상에서도 스타크래프트를 두고 ‘내 청춘을 다 바친 게임’이라며 기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타크래프트는 올해로 19주년을 맞은 오래된 게임이다. 처음 국내에 선보였을 때만 해도 한국어 버전이 아닌 영어 버전이었지만, 국내에 PC방 사업이 안착될 수 있도록 만든 것은 물론 e스포츠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등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은 결코 적지 않다.
스타크래프트는 동시에 오늘날의 블리자드를 만든 게임이기도 하다. 스타크래프트 오리지널 및 브루드워 패키지 판매량은 약 1300만장 이상으로 추산된다. 1994년 워크래프트가 먼저 출시됐지만 스타크래프트 인기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블리자드는 연매출 66억달러(한화 약 7조4131억원)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게임공룡’의 입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스타크래프트는 이제 국내에선 4~5% 정도의 PC방 점유율을 나타내는 게임이지만 업계와 네티즌들은 리마스터 버전 출시로 다시금 옛날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각종 SNS상에서 ‘미리 손을 풀어놔야겠다’는 등의 글이 심심찮게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많은 이용자들의 주의를 끄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스타크래프트가 보여주는 것은 IP(지식재산권) 파워다. 스타크래프트의 대성공으로 블리자드는 막강 게임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졌고, 오버워치 등의 후속작을 개발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 하나의 게임 성공은 이렇게 중요하다.
최근 국내 중견 게임사들에게 흔히 가해지는 비판 가운데 하나는 보유하고 있는 IP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웹젠의 뮤,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 등이다. 전작에 비해 새로운 게임의 성과가 좋지 않았을 뿐인데도 “한 가지 밖에 성공작이 없다”며 냉혹한 잣대를 들이댄다.
스타크래프트와 포켓몬스터 IP가 첫 선을 보인 것은 각각 1998년과 1996년이었다. 그리고 약 20년 뒤인 현재 이들 게임은 새로운 형태로 또다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의 IP가 적다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강력한 IP를 어떻게 키우고 확장해나가는지에 관심을 갖고 독려해줄 필요도 있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