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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의 실험 '계좌유지수수료'…은행권 촉각(상보)

권소현 기자I 2016.12.22 06:00:00

잔고 1000만원 미만 고객 지점거래시 월 최대 5000원 부과
"비용 발생하면 수수료 부과" 원칙에 공감
고객 반발·이탈 걱정인 시중은행 일단 예의주시

[이데일리 권소현 김경은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내년 3월 도입 예정인 계좌유지수수료 제도가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시중은행 대부분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지만 이번 씨티은행의 결정에 고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대해선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계좌유지수수료…한국에서는?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계좌유지수수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약관 개정을 금융감독원에 신청해 최근 승인 받았다. 이에 따라 내년 3월부터는 신규 고객의 계좌 거래잔액이 1000만원 미만일때 지점을 통해 거래하면 그 달에 3000~5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거래잔액에는 예금뿐 아니라 신탁, 방카슈랑스, 투자상품이 모두 포함된다. 주택담보대출이나 펀드와 연결된 계좌는 수수료 부과대상에서 제외된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자동입출금기(ATM) 등 비대면 창구를 통해 거래할 경우 부과하지 않고 기존고객에게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 조건에 해당이 되지 않더라도 지점을 이용한 달에만 부과되기 때문에 실제로 매달 수수료를 내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간편한 은행 거래는 디지털뱅킹으로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라며 “디지털뱅킹 활용이 어려운 노년층이나 어린이에게는 부과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액예금이나 휴면계좌에 대한 계좌유지수수료 부과는 선진국에선 보편화된 제도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대형 상업은행의 계좌유지수수료는 평균 14.6달러. 씨티은행도 미국에서는 계좌잔고 1500달러 미만이면 10달러의 유지수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오랜 기간 은행의 무료 서비스에 익숙해진 금융소비자들의 정서적 반발로 관련 제도의 도입은 녹록지 않았다. SC제일은행이 2001년 도입했다가 3년 만에 폐지한 바 있다. 이번 씨티은행의 실험이 성공할지에 은행권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수수료 현실화 필요성엔 공감…고객이탈은 우려

일단 시중 은행들은 수수료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데 대해선 동의한다. 저금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자 각종 금융서비스 비용을 충당하는데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은행권 총이익에서 수수료관련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2.4%에서 올해 9월말 현재 11.2%로 줄어드는 추세다. 캐나다, 영국, 일본 등 은행 수익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17~37%인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선진국 은행들에선 대량의 동전을 교환할 때 잔액의 5~10%를 동전처리수수료로 부과하기도 하고 고객들이 특정 거래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창구를 이용하면 시간당 인건비 개념으로 계좌조사비를 요구하는 등 각종 서비스에 수수료를 붙이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국내 은행들은 일단 이체나 송금수수료 등 이미 부과하고 있는 수수료를 조금씩 인상하는 추세다. 하지만 새로운 수수료를 만들거나 기존 수수료를 큰 폭으로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게 중론이다.

송치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씨티은행의 계좌유지수수료 도입은 리테일 영업보다 PB 중심으로 방향을 잡고 전략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계 은행이라는 특수성도 있기 때문에 시중 은행이 따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고객 이탈 우려도 다른 은행들이 관련 제도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다. 계좌이동서비스가 시행되면서 손쉽게 주거래은행이나 자동이체 계좌 변경이 가능해진 만큼 계좌유지 수수료를 도입하면 고객들이 다른 은행으로 옮겨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푼돈 벌자고 고객을 놓칠 수는 없다는 반응이다. 따라서 은행권이 합심해 계좌유지수수료를 동시에 도입하지 않는 한 개별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씨티은행의 계좌유지수수료가 자리를 잡고 이로 인해 창구거래보다 비대면 거래가 늘어날지를 좀 지켜봐야한다”며 “현재 한국 정서상 시중 은행 중에 총대를 멜 은행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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