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는 “한의원에서도 양방하고 비슷한 치료를 하는 데 왜 보험 적용이 안되는 지 이해가 안간다”며 “병원비가 무서워 앞으로는 정형외과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방진료에 대한 가장 큰 불만 중 하나가 비싼 진료비다. 일반 환자들이 한의원 진료 시 주로 받는 약침, 추나요법, 첩약 등은 대부분 건강보험이 지원되지 않은 비급여 항목이다. 게다가 비급여 항목은 실손보험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돼 있어 진료비 부담이 일반 병·의원에 비해 월등히 높다.
◇ 한방진료 요양급여 비중 4.16% 그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요양급여는 54조 5274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한방병원이나 한의원 등 한방의료기관에 대한 요양급여비용은 2조 2724억원으로 4.16%에 불과했다. 요양급여는 환자가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해 치료나 처방을 받을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해당 병원과 약국에 지급(본인부담금 제외)한다. 한해 한방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수가 1400만명에 육박하는데도 한방의료기관에 지급한 요양급여 비중이 극히 낮은 이유는 양방에 비해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범위가 극히 좁은 때문이다.
이와 관련 건보공단이 발표한 ‘2013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방병원 진료비 중 비급여 비중은 입원 47%, 외래 65%에 달했다. 반면 종합병원의 전체 진료비 중 비급여 진료비 비중은 입원 17.3%, 외래 20%에 그쳤다.
실손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이나 치료를 받을 때 발생한 금액을 보험사가 보상하는 상품이다. 비급여는 의료비 보장 혜택을 받을 수 없어 환자가 비용을 모두 지불해야 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건강보험은 물론 실손보험도 보장하는 않는 한방진료를 고집하기가 쉽지 않다.
◇보험업계 한방진료 실손보험 적용 부정적
금융감독당국은 한방치료도 실손보험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이다. 작년 7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치료범위가 명확한 한방 비급여는 실손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표준약관을 개정하라고 금융위와 복지부에 권고했다.
이와 관련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한방치료의 실손보험 적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한의학계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한방진료에 실손보험을 적용해 보장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한방치료는 같은 치료라도 병원이나 의사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이어서 표준화 자체가 어렵다는 이유다. 그러나 속내는 좀 다르다. 한방의료기관의 비급여 비중이 전체 진료비 비중의 절반 수준에 달할 정도로 높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비급여 비중이 높은 만큼 보험료를 대폭 올리지 않는 보험금 보담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보험과 관계자는 “최근 한의사협회와 손보업계 관계자와 정기적으로 만나 실손보험 적용을 논의하고 있지만 추나요법 등 비급여 부분이 가격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보험료 책정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먼저 한방치료 비급여 부분을 급여 항목으로 전환·확대하는 것이 우선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