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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 있는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기초생활보상 대상자인 송모씨는 매입형 공공임대주택을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물량 자체가 워낙 적어 마땅한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도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송씨는 아예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매입형 공공임대주택은 SH공사 등 공공기관이 민간의 다가구·다세대주택과 원룸 등을 사들여 저소득층 등에게 임대하는 주택을 말한다. SH공사 등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직접 집을 지을 필요가 없고, 건물주(집주인)는 기존 집을 SH공사 등에 제값을 받고 쉽게 팔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공공임대주택 지역별 공급 편중 심해
8일 SH공사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SH공사의 서울시내 매입형 공공임대주택 가구 수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도봉(15.0%, 1217호)·강북(11.9%, 962호)·은평구(9.8%, 797호) 등 상위 3개구가 전체(8106호)의 36.7%(2974호)를 차지했다. 반면 중구(0.1%)·영등포(0.1%)·용산구(0.2%) 등 하위 3개구는 0.4%로 37호에 불과하다. 상위 3개구와 하위 3개구의 공급량을 비교하면 무려 80배나 차이가 난다.
이처럼 구별로 매입형 임대주택의 공급량 격차가 벌어진 것은 공공기관이 민간 다가구·다세대주택을 사들여 공급한다는 매입형 임대주택의 특성 때문이다. 매입형 공공임대주택이 많이 공급되기 위해선 해당 구에 다가구·다세대주택이 많아야 하고 주택 가격도 저렴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한 곳은 집값이 상대적으로 싸면서 대표적인 주거지역으로 주택 수가 많은 도봉·강북·노원구 등인 것이다. 반면 중구와 종로·성동구는 사들일 다가구·다세대주택의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강남·서초구는 집값이 너무 비싸 매입이 쉽지 않다는 게 SH공사 측의 얘기다.
서울시의 지난해 주택 현황 자료를 보면 중구는 단독·다세대·연립주택 수가 2만 3253가구로 25개구 중 가장 적었다. 종로구(4만 2433가구)와 성동구(5만 2572가구) 역시 하위권을 기록했다. 반면 은평(12만 3016가구)·강서(9만 7974가구)·강북구(8만 6740가구)는 매입할 수 있는 주택 수가 적지 않았다.
집값도 현격한 차이가 났다. 도봉구 방학동 전용면적 44.6㎡형 빌라는 이달 초 1억 3500만원에 거래된 반면 강남구 삼성동의 비슷한 면적의 전용 48.9㎡짜리 빌라는 6억원에 팔렸다. SH공사 관계자는 “정해진 예산으로 사업을 하다보니 집값이 비싼 강남이나 서초구에서 주택을 매입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게다가 매입형 공공임대주택 사업의 특성상 집주인이 집을 내놔야 SH공사가 살 수 있는데 강남·마포·용산구 등 교통이 편리하고 생활 환경이 좋은 인기 지역의 경우 집주인이 직접 임대사업을 해도 수익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매물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게 SH공사 측 설명이다.
◇“왜 우리 지역에만 임대주택 넣나” 지역민 불만 높아
문제는 공공임대주택이 특정 지역에 몰리다보니 저소득층의 선폭 폭이 제한될 뿐 아니라 해당 지역에선 집값 하락 등의 이유로 적잖은 민원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도봉구에서도 매입형 공공임대주택이 가장 많은 방학동의 P공인 관계자는 “이곳 중소형 다가구주택 시세가 3.3㎡당 1000만~1100만원 선으로 서울에서도 집값이 가장 싼 편”라며 “2012년부터 이 지역에 매입형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늘면서 지역 주민민들의 불만도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입장에에서도 어느 자치구에 사는 지에 따라 공공임대주택 입주 여부가 갈리다보니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현재 매입형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소득 수준이 낮고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사람 중 관할 자치구에 거주하는 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특정 지역, 특히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 공공임대주택이 많이 공급되면 더 많은 저소득층이 모이게 되고 이는 곧 지역 슬럼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지역에 골고루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정책이 현실에 맞게 재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