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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공연횟수 2000여회, 관객 수로 치면 50만여명이 다녀갔다. 국내 무대에 선보인 지 45년, 총 40명의 배우가 출연했고, 받은 상만 15개다. 원로연출가인 임영웅(79) 극단 산울림 대표가 소극장 산울림 30주년 기념 공연으로 그의 대표작인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올린다. 한국 초연 45주년이자 임 연출의 연극인생 60년을 동시에 기념하는 자리다.
12일부터 5월 17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산울림소극장에선 그동안 ‘고도를 기다리며’를 거쳐간 13명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한국판 고도’의 45년 역사를 갈무리한다. 정동환, 정재진, 이호성, 박용수, 송영창, 안석환, 이영석, 한명구, 박상종, 김명국, 정나진, 박윤석, 김형복 등 이른바 ‘임영웅 사단’이다. 다만 초연배우였던 함현진, 김무생은 이미 타계해 무대에 서지 못한다.
오지 않는 고도를 영원히 기다리는 프랑스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1953년 세계 초연한 명작이다. 작가 사무엘 베케트가 1969년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치렀다. 우연하게도 바로 그해 임 연출이 처음 국내에 소개해 한국연극사에 한 획을 그었다.
◇원로연출·명배우들의 뜨거운 열기
“거기서 금방 울지 말고, 대사 끝내고 조금 더 사이를 뒀다가 울기 시작하라고. 기다렸다는 듯이 울지 말고”(임영웅 연출). “아, 네. 알겠습니다”(럭키 역 배우 정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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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블라디미르 역을 맡은 송영창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며 “정말 난해한 작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송영창은 “20대 처음 할 때는 그냥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예순이 됐으니 이젠 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동환 선배조차 여전히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어 “대사가 전혀 연관성 없고 분량도 많아 집중하지 않으면 안 돼 배우에게는 매우 힘든 작품”이라며 “하지만 늘 고도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같이 해보자는 제안에 모두들 바로 오케이한 이유”라고 귀띔했다.
배우들이 느끼는 임 연출과의 호흡은 어떨까. 송영창은 “시선 하나, 동선 하나, 감정 하나를 정확하게 계산해 지시하기 때문에 충실히 따르기만 하면 된다”며 “배우들은 연출가의 ‘고도’를 충실히 따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완벽주의 연출가지만 예전보다 느슨해지긴 했다”며 “술 좀 드시면 더 재미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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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연출은 1955년 ‘사육신’으로 데뷔한 이래 ‘고도를 기다리며’ ‘위기의 여자’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챙!’ ‘가을소나타’ 등 60년간 작품활동을 해온 연극계 거장이다. 특히 ‘임영웅=고도’란 등식이 나올 만큼 그의 대표작은 단연 ‘고도를 기다리며’다. “내 생애 절반 이상을 고도와 함께했다. 용케 여기까지 왔다”며 소회를 밝힌 임 연출은 “복잡한 현대인의 모습을 잘 그린 작품이다. 매번 할 때마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한다”고 의미를 뒀다.
연극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고도’와 함께할 거라는 임 연출에게도 꿈은 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제대로 해보는 것. “한 번도 셰익스피어를 안 했다. 핑계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엉성하게 셰익스피어를 하고 싶지 않았다”며 “기회와 여건이 된다면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감춰둔 마음을 전했다. “지난해 초 많이 아팠다. 2개월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다들 임영웅이 떠나는구나 했단다. 나이 탓에 올릴 수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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