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뉴욕의 갈 곳 없는 노인들

김혜미 기자I 2015.01.07 06:01:00
[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지난주 뉴욕 한인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있었다. 뉴욕 퀸즈 플러싱 메인스트리트에 위치한 한 맥도날드 매장 직원이 60대 한인을 폭행한 사건이 화제가 된 것인데, 지난해 2월 사건 발생 당시에는 크게 이목을 끌지 못하다가 지난 연말 매장 내 폐쇄회로(CCTV) 영상 공개를 계기로 뒤늦게 재조명됐다.

사건은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60대 노인 김모씨가 10여분 가량을 기다려 커피를 주문하면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점원에게 항의한 데서 출발했다. 그저 간단히 말했을 뿐인데 매장 매니저는 “당신 같은 사람에겐 커피를 팔지 않겠다. 당장 나가라”고 화를 냈고, 이에 김씨가 휴대폰을 꺼내 매장을 촬영하자 빗자루를 들어 내리치기까지 했다. 이번 사건이 부각되면서 현지 한인단체들은 엄연한 인종차별과 폭력이라며 불매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플러싱 거주 비중이 높은 중국인 단체들과의 연합 시위도 추진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용서될 수 없고, 주로 한국계 노인들에게서 이같은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는 것은 물론 인종차별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한인 노인들과 지역 맥도날드간 갈등은 기본적으로 ‘갈 곳 없는 노인들, 특히 한국계 노인들의 소외’에 관한 문제다.

한인 노인들에 관한 문제는 이보다 앞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지난해 1월 플러싱 루즈벨트 애비뉴의 한 맥도날드에서는 한인 노인 6명을 경찰을 불러 강제로 쫓아낸 적이 있었다. 값 싼 음식을 시켜놓고 너무 오랫동안 앉아있어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 이후 맥도날드 측은 한 번에 20분이라는 이용제한 시간을 만들어 불만을 낳았다. 당시 이 문제는 한 한국계 정치인의 중재로 무마됐다.

이후 교회와 뉴욕한인봉사센터(KCS) 등에서 한인 노인들을 위한 사랑방을 운영하고 있으나 이용빈도가 적어 흐지부지 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현지 한인들은 플러싱에 거주 중인 한인 노인들이 별도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플러싱은 한때 한국인 밀집지역이었으나 중국인들이 대거 이주해오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었다. 젊은 한국인들은 인근 베이사이드나 롱아일랜드로 떠나고 있으며 한인 노인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걸어서 만날 만한 위치에 맥도날드 점포가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년 간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저조한 매출을 기록해 온 맥도날드로서는 아침 일찍부터 해가 질 무렵까지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는 노인들이 반가울 리 없다. 맥도날드의 동일점포 매출은 매월 감소폭을 확대해가고 있으며 지난해 11월에도 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는 고객들에 관한 문제는 비단 맥도날드 만의 문제는 아니다. 뉴욕의 다른 음식점이나 커피 전문점에서도 이런 손님들을 줄이기 위해 여러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화장실을 없애는 것이다. 실제로 플러싱에 위치한 한국계 빵집 브랜드 파리바게뜨는 개점 당시부터 고객용 화장실이 없었고, 뚜레쥬르에서는 개점 당시에는 있었으나 이후 좌석 수를 줄인 뒤 화장실을 없앴다. 뉴욕시에서는 1977년 이후 생겨난 음식점 가운데 좌석이 19개 이상인 경우에만 화장실을 갖추도록 법규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맥도날드와 한인 노인들간 분쟁은 특정 글로벌 프랜차이즈와 인종차별 문제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한국 이민계층의 노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인 스스로 노인들의 소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건이 해결된다해도 머잖아 같은 문제가 거듭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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