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한 국물요리에 동장군도 녹네 녹아~"

강경록 기자I 2015.01.06 06:40:00

전국 국물요리 열전
고성 '곰치국'…진한 육수 '속이 다 시원'
청주 '청국장'…담백한 부드러움 독특한 풍미까지
거제 외포 '대구탕'…맑고 시원하고 깔끔
담양 '국수'…평범하나 특별한 별미

강원 고성의 ‘곰치국’. 나박나박 썬 무와 파, 마늘을 넣고 맑게 끓인 곰치국은 동해안의 최고 별미로 꼽힌다(사진=한국관광공사).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뜨끈한 국물 한 모금. 겨울이면 더 그리워진다. 엄동설한에 꽁꽁 얼어버린 몸은 바쁜 신호를 보낸다. 기왕이면 원기까지 채울 수 있는 그런 음식이라면 금상첨화다. 시린 발 굴려 가며 찾아간 그곳에서 맛본 시원칼칼한 국물 한 그릇에 속이 다 시원해지고 훈기가 돈다. 이게 ‘사는 맛’이다. 우리네 국물 문화가 품고 있는 정이다. 이번 주 여행 가이드는 ‘뜨끈뜨끈 겨울음식’. 한국관광공사는 1월 가볼 만한 곳으로 겨울 별미인 도치와 장치, 곰치를 맛볼 수 있는 강원도 고성 대진항을 비롯해 충북 청주 산성마을의 ‘두부와 청국장’, 경남 거제 외포리의 시원한 ‘대구탕’, 전남 담양 국수거리의 부드러운 ‘국수’, 전북 순창 순대골목의 걸쭉살벌한 ‘피순대와 순댓국’, 대구 현풍장터의 ‘수구레국밥’, 충남 금산 대표작물인 인삼으로 만든 ‘인삼어죽’ 등 7곳을 추천했다. 한겨울을 버티게 해 줄 우리네 음식을 따라 전국을 일주해보자.

◇숙취 해소에 최고…강원 고성 대진항 ‘곰치국

전날 밤, 거나하게 한잔 했다면, 아침에 시원한 속풀이 해장국은 필수. 지난밤의 숙취를 말끔히 해소시켜주는 일등공신이 있으니 바로 ‘곰치국’이다. 곰치국은 동해안 최고의 해장국. 곰치를 제대로 맛보기 위해선 강원 고성 대진항으로 가야한다. 겨울이 제철이니 지금이 먹기 딱 좋을 때. 특히, 이곳 곰치국은 인근의 속초나 삼척과 달리 맑은 탕으로 끌여내기에 자극적이지도 않다. 나박나박 썬 무와 파, 마늘을 넣고 맑게 끓인 곰치국은 숙취해소는 물론 겨울철 보양식으로 인기가 높다. 곰치 외에도 도치·장치도 별미다. 곰치와 함께 ‘못난이 삼형제’로 불린다. 하지만 명태가 사라진 동해에서 겨울철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생선들. 도치는 수컷을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숙회와 암컷의 알과 내장, 살점, 신김치를 넣고 개운하게 끓인 알탕이 대표적이다. 쫀득하고 꼬들꼬들한 도치 살은 식감이 다른 생선과 달라 겨울별미로 꼽힌다. 장치는 바닷바람에 사나흘 말려 고추장 양념과 콩나물을 넣고 찌거나 무를 넣고 조리는 것이 맛있다. 양념 없이 쪄먹어도 좋다. 거진항 거진포구(033-682-5201)는 도치숙회와 장치찜, 곰치국이 유명하다. 거진 읍내에 있는 성진회관(033-682-1040)은 도치알탕과 생태찌개가, 대진항의 금강산횟집(033-682-7899)과 부두식당(033-682-1237)은 도치알탕이 맛깔나다.

강원 고성 대진항의 ‘도치알탕’. 곰치국과 더불어 이 겨울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신김치를 넣어 개운하게 끓인다(사진=한국관광공사).


◇부드럽고 담백, 독특한 풍미…충북 청주 산성마을 ‘청국장’

뚝배기가 넘칠 정도로 팔팔 끓여 내는 청국장찌개와 비지찌개는 대표적인 서민 요리. 그 독특한 풍미를 맛보려면 충북 청주의 산성마을로 가야 한다. 상당산성 내 터를 잡은 산성마을은 닭백숙, 청국장, 두부요리 등 토속음식을 파는 식당이 여럿 모여 있는 한옥마을이다. 그중 상당집(043-254-2739)은 직접 만든 두부요리와 청국장찌개, 비지찌개로 명성이 자자하다. 특히 청국장찌개는 걸쭉하면서도 특유의 냄새가 적고 고소하다. 다른 재료 없이 양념과 비지만 들어간 비지찌개도 감탄스럽다. 또 추위를 녹여주는 순두부는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고 담백하다. 주인장의 인심도 넉넉해 발효한 비지를 공짜로 가져갈 수 있다. 두부요리가 성에 차지 않는다면 활기가 넘치는 육거리종합시장을 찾아볼 만하다. 활기 넘치는 재래시장을 구경하며 새가덕순대(043-254-2739)의 순댓국, 순자네죽집(043-257-4226)의 팥죽과 호박죽이 맛깔나다.

충북 청주 산성마을의 ‘청국장찌개’. 이곳 청국장찌개는 걸쭉하면서도 특유의 냄새가 적고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사진=한국관광공사).


◇맑고 시원하고 깔끔하게…경남 거제 외포 ‘대구탕’

경남 거제 외포는 대구로 유명하다. 전국 대구 물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집산지가 바로 이곳이다. 찬 바람이 부는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제철 대구를 제대로 맛보려면 외포로 무조건 가야 한다. 외포에는 살아 있는 대구로 요리하는 음식점이 10여곳이나 된다. 특히 신선한 대구로 끓인 탕이 외포의 대표적인 음식. 맑게 끓인 대구탕은 뽀얀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진한 맛을 낸다. 약간 기름지기도 한데 느끼하지 않고 개운하다. 아침 해장국으로 이만한 음식이 없다. 대구 대가리로 낸 국물에 대구, 모자반, 무를 넣고 끓이다가 다진 마늘과 생강, 파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간은 소금으로 한다. 대구 대가리를 삶는 것은 구수한 맛을 더하기 위함이다. 대구를 끓는 물에 데치면 비린내가 적고 살도 풀어지지 않는다.

김치에 싸서 조리한 대구찜도 먹음직스럽다. 새하얀 대구살의 담백함과 김치의 신맛이 잘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다. 생대구회는 산지이기에 맛볼 수 있는 음식. 이곳 어민들은 생대구회보다 살짝 말린 대구회를 주로 즐긴다. 아가미와 내장을 정리하고 통째로 바닷가에서 3~5일 말리면 수분이 증발돼 더욱 차지고 감칠맛이 난다. 외포의 외포효진횟집(055-635-6340), 양지바위횟집(055-635-4327)이 대표 맛집이다.

경남 거제 외포의 ‘대구탕’. 맑게 끓인 대구탕은 뽀얀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진한 맛을 낸다(사진=한국관광공사).


◇평범하지만 특별한 별미…전남 담양 ‘국수’

전남 담양은 국수가 유명하다. 담양의 국수를 즐기려면 관방천을 따라 들어선 국수거리로 가야 한다. 이곳에는 12곳의 국수가게가 성업 중이다. 이곳 국수는 대부분 중면을 사용하고, 서너 가지 반찬이 곁들인다. 꼭 맛봐야 할 메뉴는 물국수와 비빔국수 그리고 약달걀. 겨울철 인기메뉴로는 단연 멸치국수에 간장양념을 풀어 먹는 물국수다. 국수거리 원조라 할 수 있는 진우네집국수(061-381-5344)는 질 좋은 멸치를 넣고 센 불과 약한 불에 번갈아가며 국물을 끓이는데, 진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멸치 외에 다른 재료는 사용하지 않아 잡맛이 없다. 국수사리에 진한 국물을 붓고 직접 만든 간장양념을 곁들이면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겨울음식이 탄생한다. 국수거리 끄트머리에 위치한 미소댓잎국수(061-381-9789)는 댓잎물국수로 유명한 집. 댓잎가루를 넣어 직접 뽑는 생면과 아삭한 숙주나물이 잘 어울린다. 20여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국물도 담백하고 깔끔하다.

전남 담양의 별미인 물국수와 약달걀. 이곳 물국수는 진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사진=한국관광공사).


◇고소한 순대향이 일품… 전북 순창 순대골목 ‘순댓국’

전북 순창의 순대골목은 ‘피순대’로 유명하다. 순창순대는 인조 껍질, 찹쌀, 당면을 쓰지 않는다. 여러 번 깨끗이 씻은 돼지창자에 선지와 콩나물, 마늘, 양파, 당근 등을 넣어 순대를 채운다. 선지를 넣는다 해서 피순대다. 피순대를 넣고 끓인 순댓국은 겨울철 별미 중 별미로 꼽힌다. 개운한 국물에 펄펄 끓인 한 그릇이면 언 몸이 금세 따뜻해진다. 콩나물이 들어가 느끼하지 않고 해장국처럼 개운하다. 여러 명이라면 순대에 머리고기, 채소까지 푸짐하게 올린 순대전골이 어울린다. 상차림은 투박하다. 깍두기와 갓김치, 배추김치와 부추겉절이, 양파와 풋고추, 나머지는 양념이다. 전국에서 손님이 오다 보니 양념도 초장, 된장, 양념 소금, 새우젓 등 다양하다. 참기름에 후춧가루와 소금으로 무친 부추겉절이가 입에 착 붙는다. 피순대를 전문으로 하는 순창시장 순대골목에는 2·3대째 가업을 잇는 순댓집이 많다. 장날에는 줄을 서서 먹는 2대째순대(063-653-0456), 순창에서 가장 오래된 연다라전통순대(063-653-3432), 국물 맛이 특히 좋은 봉깨순대(063-653-2789) 등이 있다.

전북 순창 순대골목의 ‘순댓국’. 피순대로 끓여낸 순대국은 콩나물이 들어가 느끼하지 않고 해장국처럼 개운한 것이 특징이다(사진=한국관광공사).


◇걸쭉한 국물으론 최고…대구 헌풍장터 ‘수구레국밥’

대구 현풍장터의 겨울별미는 수구레국밥이다. 수구레국밥은 끝자리 5·10일에 서는 현풍장날에 맛볼 수 있던 서민들의 대표 음식이다. 수구레는 소의 껍질 안쪽과 살 사이의 아교질 부위를 일컫는다. 지방이 거의 없어 씹으면 쫄깃한 맛이다. 씹을수록 고소함이 배어나는 꼬들꼬들한 식감이 소의 다른 부위에서 전해지는 맛과는 또 다르다. 하지만 희고 거친 모양 때문에 귀한 고기로 대접받지 못했다. 그래도 육류가 흔하지 않던 시절 힘든 하루를 보내는 장터 사람들에게 수구레국밥 한 그릇은 추위를 달래고 영양도 보충하는 귀한 먹거리였다. 국밥은 수구레와 선지, 콩나물, 파 등을 푸짐하게 넣고 가마솥에 오래 삶아 국물을 우린다. 그때그때 신선한 수구레를 공급받는 것이 구수함의 비결. 고추를 얹어 칼칼한 맛을 더한다. 곁들여진 김치, 깍두기와 국밥 한 그릇 비우면 온기가 온몸으로 알싸하게 퍼진다. 상설시장인 현풍 백년도깨비시장이 들어선 뒤에도 수구레국밥 식당들은 ‘수십년 전통’을 내걸고 추억의 맛을 전하고 있다. 그중 현대식당(010-2711-8787)이 수구레국밥으로 유명하다.

대구 현풍장터의 ‘수구레국밥’. 씹을수록 고소함이 배어나는 수구레에 선지와 콩나물, 파 등을 푸짐하게 넣은 수구레 국밥은 이곳 서민들의 대표 보양 음식이다(사진=한국관광공사).


◇쌉싸래한 인삼이 건강까지…충남 금산 ‘인삼어죽’

금산은 ‘인삼의 고장’이다. 예부터 인삼은 귀한 약재로 쓰였고 지금도 건강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약재다. 이곳 금산의 겨울철 인기 먹거리는 인삼어죽. 인삼어죽은 단백질과 칼슘 등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된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이다. 여기에 쌉싸래한 인삼까지 더해지니 건강식 중 최고다. 특히 생선을 뼈째 우린 국물로 만들어 예부터 노약자와 산모가 원기회복을 위해 먹었다고 한다. 인삼어죽을 맛보려면 금강 상류에 자리한 제원면 일대 금강변의 인삼어죽마을로 가야 한다. 저곡식당(041-752-7350)과 원골식당(041-752-2638), 시탕뿌리(041-751-1456) 등이 있다. 만드는 과정은 다소 복잡하다. 물고기를 손질하고, 4~5시간 삶는 정성을 들여야 한다. 5~6㎝ 크기 빙어를 둥글게 돌린 뒤 기름에 살짝 튀긴 도리뱅뱅이, 튀김옷이 바삭한 민물새우튀김도 곁들이면 좋다.

충남 금산의 인삼어죽. 예부터 귀한 약재인 인삼을 넣고 끓인 인삼어죽은 최고의 건강식. 특히 노약자와 산모가 원기회복을 위해 먹었다고 한다(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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