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이상한 일이다. 세계 각국 정부가 유사 택시서비스인 `우버`를 규제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우버의 기업가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지난 2009년 창업한지 5년만에 우버는 50개국 200여 도시로 진출했지만, 운전자들의 신분이 불확실하고 보험처리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이곳저곳에서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인도와 미국 보스턴에서는 우버 기사가 여자 승객을 성폭행한 사건이 생겼고, 서울시에서는 우버를 불법 영업으로 규정해 신고포상금제도까지 운영하고 있다. 벨기에,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등 12개국에서는 영업금지까지 당했다.
이런데도 투자자들의 돈은 계속 우버로 몰리고 있다. 지난주 우버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이 매긴 회사 몸값만해도 자그마치 410억달러(약 45조5000억원)나 된다. 1년만에 몸값은 10배 이상이나 치솟았다. 그 만큼 우버가 기존 운송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했던 이용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있는 셈이다. 또 규제와 견제라는 걸림돌을 넘을 만큼 이용자의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상화폐 비트코인도 이와 다르지 않다. 안전성과 화폐로서의 역할을 의심받으면서 각국 금융당국이나 기존 금융사업자들로부터 심한 견제를 받고 있는 신세지만, 비트코인 역시 영국과 핀란드에서는 사실상 화폐로 쓰이고 호주와 미국에서는 상품이나 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런 관심 덕에 올 상반기 벤처캐피탈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한 돈은 지난해보다 30% 더 늘어난 1억1320만달러에 달했다. 기존 화폐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간편성과 저렴한 수수료 등으로 보완제로서 성장 가능성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빠른 기술 개발로 기존 시스템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사업들은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우버나 비트코인이야말로 우리가 익숙한 시스템과 관습을 깨는 일종의 혁신적 파괴자들인 셈이다.
혁신을 위한 파괴가 선행되는 탓에 초기에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이를 염려해 새로운 산업의 성장을 막고 향후 소비자들이 누릴 편익을 싹부터 잘라내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우버와 비트코인의 높아지는 몸값이 이런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목마름을 방증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