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으로 시작해 '억'으로 끝내는 스케일

오현주 기자I 2014.02.13 07:07:00

한·중 현지인 1년간 취재
중국 40개 업종 분석·맵핑
13억 인구무기로 전 부문 초고속성장
''짝퉁'' 평가절하하기엔 숨은 저력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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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업계지도
김상민·김원·황세원·강보경 외|328쪽|어바웃어북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세계서 부동산가격이 가장 높은 도시는? 도쿄, 런던, 뉴욕? 아니면 서울? 모두 아니다. 베이징이다. 1위뿐만이 아니다. 상하이, 선전, 홍콩, 톈진 등 상위 5위까지 휩쓸고 있다. 보통의 중국사람이 베이징에서 주택을 장만하려면 22.3년치 소득을 알뜰하게 모아야 한다. 그렇다고 토지를 편히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국에서 토지는 ‘임차’한다. 주택용지는 70년, 상업용지는 40년, 공업용지는 50년간 빌릴 수 있다. 당연히 중국에선 1998년 부동산 사유화가 시작된 지금껏 토지임대기간이 만료된 사례가 없다. 대신 생긴 건 부동산가격 폭등. 중국은 투기과열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서구 언론이 경고까지 날렸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같은 상황이 또 생긴다면 다음은 중국이다.”

대신 ‘물 만난 고기’는 부동산건설 분야다. 특히 아파트와 빌딩, 주택 등을 짓고 올리는 부동산개발은 1999년을 기점으로 인프라건설을 앞질렀다. 2010년 건설업계 총자산은 1985년에 비해 140배 가까이 커졌다. 덕분에 건자재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시멘트·판유리·건축자기 등 중요 품목이 세계 1위를 찍은 데다 시멘트는 세계 생산량의 절반, 도료·바닥재·인테리어자재 등은 60%를 넘겼다. 하지만 수십년이 지나도 떼버리지 못하는 꼬리표가 있으니 ‘불량’이다. 일본·유럽·미국 등서 생산한 제품과는 비교도 안 되는 하품이란 것. 세계적으로 친환경 붐이 일어나면서 상황은 더 불리해졌다. 도무지 중국과 친환경은 어울리지 않는다.

중국서 일하며 살고있는 한국인 4명, 현지인 2명이 지난 1년간 발 빠르게 움직였다. 40여개 업종 틈새를 누비며 중국기업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책은 그렇게 해부한 칼과 붓으로 그린 두툼한 지도다. G2니, 10% 경제성장률이니 하는 거대한 지표 아래 감춰진 중국경제의 속내용을 끄집어내는 데 주력한 결과물이다.

▲자동차 시장잠재력 최고, 기술·인프라는 “글쎄”

편하게 말해 중국이 세계 1위가 아닌 게 뭐가 있겠나. 그중 최고라면 단연 13억명이 넘는 인구라 할 거다. 후광을 인구로 두른 중국은 표현 그대로 ‘성장가능성 무한대’를 품고 있다. 한 가지만 보자. 중국은 세계서 자동차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나라다. 2012년 1927만대를 생산해 미국의 1033만대, 일본의 994만대를 눌러버렸다. 어느새 ‘중국 1위’가 자동차산업에까지 영역확장을 한 셈이다. 벌써 4년째다. 세계자동차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8%에 이른다.

그런데 사실 중국 자동차가 가진 잠재력은 따로 있다. 바로 시장이다. 생산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 역시 중국이라서다. 인구 1000명당 겨우 58대. 미국 797대, 일본 591대에 비한다면 무섭게 커나갈 시장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문제는 역시 ‘질’에 있다. 덩달아 상승한 자동차부품산업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대부분이 소규모업체인 데다 기술집중도도 형편없다. 한마디로 개발능력이 시장수요를 받쳐주지 못한다는 얘기다.

▲1,349,585,838명 손에는 어떤 휴대폰이?

저자들은 중국에도 강타한 ‘스마트폰’ 바람에 특히 주목했다. 시장점유율은 자동차와 유사한 상태. 2012년에 19.3%였으니 67%를 넘긴 한국에는 한참 뒤진다. 하지만 중국엔 ‘인구’가 있지 않은가. 19.3%의 규모 역시 상상 이상이란 거다. 한 해 판매량 3억 200만대로 온전히 환산된다. 중국인이 가장 많이 쥐고 있는 휴대폰은 삼성 제품. 이어 노키아, 애플에 이어 토종브랜드인 ZTE와 LG 순이다. 그러나 ZTE·화웨이 등 자국 제품의 판매량이 65.7%에 달하는 점은 세계 휴대폰업계를 충분히 긴장시킬 수 있는 부분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는 경기침체와 소비시장 위축으로 정리됐다. 피해가 커진 곳도 소비와 직결된 유통. 중국의 판도는 대형마트·백화점 등 거대 유통업체의 부진이 갈랐다. 그런데 원인이 소비위축이 아니란 거다. 저자들은 급성장한 전자상거래시장에 눈을 돌렸다. 단 10년 만에 중국은 글로벌 전자상거래시장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기엔 1999년 알리바바, 2003년 타오바오닷컴의 설립이 결정적 분기점이 됐다. 의심 많은 중국인들이 현금을 주고받는 매매를 접고 눈에 보이지 않는 거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인에게 못 팔면 글로벌 포기해야”

2012년 11월 11일, 알리바바의 자회사 티엔마오가 세상을 움직였다. 중국선 ‘솔로데이’라고 불리는 이날 펼친 무한세일판촉행사로 하루 판매액 132억위안(약 2조 3300억원)이란 신기록을 경신한 거다. 같은 해 국경절 연휴기간 중국 주요 도시 530개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기록한 판매액이 137억위안이라면 그 규모가 가늠될 터.

저자들이 세운 중국경제 변화의 기조에는 생산공장이 소비시장으로 탈바꿈한 과정과 실체가 들어 있다. 언제까지 ‘짝퉁’으로 깎아내리고만 있을 거냐는 논지다. 그 프리즘에 책이 무기로 얹은 건 세세하게 다듬어진 도표와 그래픽. IMF·세계은행·유로모니터의 통계자료, 다 좋다. 하지만 현지에서 발품 팔아 그린 세부지도에 당할 순 없다는 걸 에둘렀다. 중국의 저력이 거시경제지표에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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