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겨울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는 오후 3시쯤 찾은 울산 현대자동차(005380) 공장은 근로자들의 출근이 한창이었다. 들고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제3공장 인근의 명촌문은 일찌감치 2교대 근무를 위해 출근을 서두른 근로자들이 자전거와 오토바이, 통근버스를 타고 들어왔다.
현대차는 45년만에 밤샘근로를 없애기 위해 지난 7일부터 2주일간 주간 2교대 근무를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오전 7시부터 1조가 근무를 시작해 오후 3시40분까지 일을 끝내면 2교대가 이때부터 다음날 오전 1시30분까지 근무하는 시스템이다.
처음 실시되는 제도인 만큼 노사는 지난 7일부터 2주간 시범운영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서로 협의되지 않은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근무형태가 완전히 달라지는 만큼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현대차는 오는 3월4일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를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생산성. 근무형태를 ‘8시간(1교대)+9시간(2교대)’로 바꾸면 18만5000대의 생산차질이 빚어진다. 때문에 노사는 시간당 생산능력을 일컫는 UPH(시간당 생산량)를 기존 402UPH에서 430UPH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근무 전에 가졌던 조회시간을 근무 후로 바꾸고 20분이던 휴식시간도 절반으로 줄였다. 점심시간 역시 1시간에 40분으로 줄이는 등 자투리 시간을 모아 모자라는 생산량을 채우기로 했다. 이런 문제를 포함해 현대차 노사는 주간 2교대 실시를 위해 총 45개 항목중 우선적으로 19개 항목에 대해 합의를 이뤄내야 하는데 4개 항목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문제가 주말 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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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2교대 실시를 총책임지고 있는 하언태 상무는 “1년 사업계획 자체가 특근을 포함해 짜인 것이어서 3월 본격 시행 전에는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주간 2교대 근무가 밤샘근로를 없애고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특근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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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공장에서 반장을 맡고 있는 김종철씨는 “사람마다 바뀐 시스템에 만족도는 다르겠지만 대부분 하는 게 낫다는 평가”라며 “갑자기 생긴 낮 여유시간 덕분에 밀렸던 일들을 처리하고 가족들과 시간도 함께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 퇴근 후 건강을 위해 운동하려는 근로자들이 많았다. 박한승씨는 “일주일간은 계획없이 얼떨떨하게 지냈다”며 “3월부터는 헬스장에도 나가고 스크린골프도 치면서 취미생활을 다양하게 해볼 참”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30대 직원들의 경우 가사 분담이 늘면서 부인들이 매우 좋아하고 있느나 40~50대들은 아이들이 공부에 바쁘고 부인들도 맞벌이를 많이 해 식구들이 크게 반기지는 않는다”며 “(웃음)어쩔수 없이 여가생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행복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백승권 울산공장 홍보팀 부장은 “아직은 직원들이 갑자기 바뀐 생활리듬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지만 안착을 위해 회사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공연이나 영화관람 등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열어 여가 활동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새벽 퇴근으로 발생할 주차난이나 대중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시간을 새벽 1시반 이후까지 연장하기 위해 울산시와 협의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