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정책의 딜레마..`잡느냐 띄우느냐`

안혜신 기자I 2012.07.01 10:20:00

대도시 부동산 가격은 여전히 높은데 중소도시는 침체
정부 "긴축기조 유지할 것" 강조
시장은 규제 완화 기대..`신중한 부양` 이어질 듯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부동산 문제가 중국 경제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중국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는 동안 부동산은 최고의 투자처로 꼽혔다. 너도나도 돈을 싸들고 부동산으로 달려들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망령이 채 사라지지 않은 시점에서의 비정상적인 열기는 그러나 버블 붕괴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직접 칼을 빼들었다. 부동산 시장에 강력한 규제를 시행한 것이다. 투기 세력은 급격하게 줄었지만 부작용이 나타났다. 거래가 급감하면서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가 침체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는 이제 중국 경제 경착륙을 불러올 수 있는 뇌관으로 자리하게 됐다. 그렇다고 정부가 섣불리 규제 완화에 나선다면 이는 부동산 투기 불씨를 다시 살릴 수 있다. 중국 부동산 정책이 딜레마에 봉착한 것이다.

◇ `양면성` 나타내는 中 부동산

중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 설정을 가장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양면성이다. 대도시의 주택 가격은 여전히 서민들은 구매를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높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대다수 나머지 도시에서는 매물이 넘쳐나면서 오히려 주택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中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주택 가격이 버블을 형성하던 2008~2009년 급등했으나 이후 차츰 낮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커지는 경착륙 우려 속에서 대도시 주택 가격 고공행진 잡기와 나머지 지역에서의 취약한 건설경기 살리기 중 어느 한쪽에 집중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이다. GK드래고노믹스의 로시엘랴 야오는 “정책자들이 대도시를 위주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 지역은 중국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약 4분의 1밖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수치로 보면 중국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확실하게 나타난다. 중국의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7배로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도시의 PIR은 여전히 높다. 상하이의 PIR은 12.4배, 베이징은 11.6배, 선전은 15.6배에 이른다. PIR이 높을수록 자력에 의한 주택구입 능력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이상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진 중국 정부는 최근 들어 규제 완화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다. 생애 첫 주택구매자들에 대한 모기지 금리를 낮췄고 부동산 개발업체들에게 저가 주택 건설을 늘릴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 부동산 가격 하락세 속 우려는 여전

그렇다고 해도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태다. 중국 부동산 버블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약발은 분명히 작용하고 있다. 집값만 놓고 봐도 이는 명백하게 드러난다. 지난달 중국 주요 도시 70개 중 43개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이 전월비 하락했다. 하지만 아직 부동산 투기 수요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 재정위기 속 갈 곳 잃은 투자금이 향할 수 있는 곳으로는 여전히 부동산이 가장 먼저 꼽힌다. 이는 곧 정부가 규제의 고삐를 늦추면 즉각적으로 주택 가격 상승이 또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규제가 다소 느슨해진 틈을 타 주택 가격은 이미 벌써부터 다시 슬금슬금 상승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중국지수연구원(CIA)에 따르면 지난 17~24일 사이 주요 35개 도시의 부동산 판매는 전년비 증가했으며, 특히 간쑤성의 란저우(蘭州)는 전년비 무려 560.25%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54개 주요 도시에서는 약 5만7000건의 아파트 거래가 있었는데 이는 주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이후 최대치다.

경제 경착륙 우려가 불거지고 있음에도 중국 정부 관계자들이 공식적으로는 부동산 규제 지속을 외치고 있는 이유다. 차이나데일리는 지난주까지 정부 관계자들 발언을 놓고볼 때 당분간 부동산 시장 규제가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차이나데일리는 “정부가 규제 지속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정부가 경제 경착륙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따라서 시장에는 정부가 당분간 상황을 주시하며 신중한 부양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