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03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강경지 기자] 얼마 전 서울시청 기자실 정수기통에 든 물을 마셨다가 곤혹스러웠다. 정수기통에 든 물이 생수인줄 알고 마셨는데 알고보니 서울시 수돗물 ‘아리수’였기 때문이다. 수돗물 아리수 속 소독약품 냄새와 비릿한 맛 때문에 마신 물을 다시 뱉어야했다.
서울시청 기자실에는 정수기통에 든 수돗물 아리수외에 패트병에 든 수돗물 아리수가 비치돼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정수통에 든 아리수를 그대로 마시는 기자들과 공무원은 많지 않다.
주로 패트병에 든 아리수를 먹든지, 정수기통에 든 아리수를 커피포트에 끓여서 먹는다. 패트병에 든 아리수는 고도정수처리과정을 거쳐 염소소독 냄새와 비릿한 맛이 덜하다.
서울시는 아리수의 수질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아리수는 지난 2009년과 2010년 미국 환경보호청(EPA) 먹는물 수질 기준과 식품의약국(FDA) 병물 기준에 모두 적합한 수질로 받았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달 서울 암사 아리수정수센터와 영등포 아리수정수센터를 잇따라 방문해 “아리수는 일본의 수돗물과 비교해봐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며 “시민들이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믿고 마실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시민들이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를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옥내 급수환경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수돗물 음용률 높이기에 힘쓰고 있다.
아리수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2014년까지 노후 수도관을 전량 교체한다. 수질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옥상 물탱크를 사용하는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내년까지 상당수 철거한다는 방침이다. 수돗물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주부 위주의 ‘수돗물 시민 평가단’도 운영하기로 했다.
또 아리수를 마시고 탈이 날 경우 한사람 당 최대 20억 원을 보상하는 수돗물 건강책임보험에도 가입했다. 미국, 호주, 영국 등의 나라는 수돗물에 대한 보험이 가입돼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서울시가 처음으로 이 보험에 가입했다.
현재까지 아리수에 투자된 비용만 어림잡아 5000억원정도다. 여기에 수도관과 물탱크 등의 교체 비용으로 700억원이 넘는 돈이 더 들어가게된다.
서울시의 이런 노력에도 아리수를 그대로 마시는 서울시민은 거의 없다. 작년 서울시민 수돗물 음용률은 3%에 그쳤다. 여전히 수돗물을 끓여서 먹거나 생수를 사서 마신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돗물 속의 염소 소독 탓에 냄새와 물맛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염소 소독을 중단하든지, 염소 소독을 중단하지 않더라도 소독 냄새와 물맛을 좋게 만들어야 음용률이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