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미국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0.5%에 불과하고, 한국차는 9%나 된다?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엄청난 수의 현대·기아차가 미국 도로를 달리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도 포드와 크라이슬러, 쉐보레를 운전하는 사람들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한미 간에 자동차 무역 불균형이 심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먼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언론이 자주 인용하는 올 상반기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의 미국 시장 판매 점유율은 9%, 미국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0.5%에 그친다는 통계는 양국의 판매실적 발표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기준이라면 미국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9.2%에 달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한-미 FTA를 계기로 국내 자동차 판매 발표 기준도 국제기준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외국은 브랜드별 발표 vs 한국은 국산차와 수입차로 이분화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자동차 브랜드별로 판매실적을 발표하나, 우리나라만 유독 국산차와 수입차로 이등분해 발표한다.
현대,기아,한국GM,르노삼성,쌍용 등 5개사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서, GM코리아, 포드,벤츠,폭스바겐,도요타 등16개사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서 하루 이틀을 차이를 두고 각각 발표하는 것.
즉 미국 자동차의 한국시장 점유율(0.5%)은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집계 발표하는 수치로, 미국에서 수입한 완성차의 판매 대수만 포함된다.
반면 브랜드 단위로 자동차 판매 실적을 발표하는 미국은 해외 완성 수입차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 생산, 판매하는 해외 브랜드의 판매 실적도 브랜드별 실적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에따라 미국에서 팔리는 한국 브랜드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올 상반기 동안 9.0%로 집계됐다.
◇ 미국차 한국판매에 한국GM은 제외
이에따라 우리나라는 미국 자동차의 국내 점유율 수치에서 美 자동차 회사(GM)가 대주주인 한국GM이 쉐보레 브랜드로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크루즈, 올란도, 스파크 등과 알페온의 판매대수는 빼고 있다.
즉 GM코리아가 미국에서 수입해 오는 차는 미국차 국내 판매로 잡히지만, 한국GM이 국내 공장에서 생산·판매하는 자동차들은 제외되는 것.
업계 관계자는 "미국 기준으로 볼 때 분명한 수치 누락이며, 미국 기준으로 한국에서의 미국 자동차 브랜드 점유율을 수정하면 올 상반기에만 9.2%에 달한다"고 밝혔다.
◇ 한미 자동차 무역 불균형 없어
미국 집계방식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 시장에서 외국 브랜드로 판매된 자동차는 총 19만7239대로 전체 판매대수(79만861대)의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한국GM을 포함한 미국 브랜드는 7만2983대(9.2%), 르노삼성을 포함한 유럽 브랜드는 9만1726대(11.6%)에 달한다.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올 상반기 미국에서 판매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9.0%(워즈오토 발표 기준), 미국 브랜드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9.2%로 오히려 미국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세제를 비롯한 차별적 관행이 모두 소멸됐다는 것은 FTA 협상 시 미국측 대표단이 인정한 사실"이라면서 "한국의 통상정책이 국제 시장에서 더 이상 왜곡되지 않도록 속히 국내 자동차 통계 발표를 국제 기준과 동일하게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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