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시장부] 연말을 앞두고 글로벌 증시가 우호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를 ‘완만한 미니 랠리’의 성격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또 한 번의 단기 보너스가 기다리고 있으니 바로 ‘연말 배당’이다. 자본차익에 대한 비과세 면에서 보면, 굳이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현금 배당이 주주들에게 유리할 것도 없지만, 아무리 이론적으로 관계 없음을 부르짖는다 해도 현금 배당분 만큼 주가가 빠져 주지 않는다면야 투자자들로서는 기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코스피 기준으로 연말 현금 배당은 대체로 1%를 넘는 수준이었고, 2007년에는 약 1.5%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는 KOSPI 기준으로 30pt 가량 하락 출발하는 게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상 코스피 하락폭은 이보다 적거나 오히려 상승한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들어 더욱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1999년 이후로 보면, 최근 8번의 사례에서 현금 배당 이상으로 증시가 하락한 경우는 두 번에 그치고 있다.
이는 배당 부분을 빼고 얘기한다면 증시가 보합 이상의 긍정적 주가 흐름을 보였다는 것이고, 배당 부분에 포커스를 둔다면, 현금을 받고도 그 만큼 주가가 하락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너스의 성격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통계상의 수치라는 점에서 당장 2007년에도 그러하리라고 장담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증시에 ‘계절적 이례 현상’은 원인을 명확히 밝힐 수 없을 뿐 현상 자체는 존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특히, 현금 배당 이후 첫 날 시가에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성 있는 전략으로 보여지는데, 배당락 당일 시가 대비 종가 상승률은 근래 들어 양호한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에 기초한 시장 대응이 (기간 또한 하루에 지나지 않는) 그다지 바람직하다고 생각지는 않지만, 하루 하루를 견뎌내야 하는 투자자들에게 예견된 시나리오대로 시장이 움직일지를 관찰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관전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배당락 당일의 주가 오차(상승 오차)가 1%에 가깝다는 점은 이러한 수익률을 미리 확보해 놓는다면, 향후 장기 투자로 이어지는 데 있어 작지 않은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2008년 한 해를 대비하는 시점에서 미리 투자의 안전 버퍼를 확보한다는 것은 투자자에게는 연말 보너스 효과 못지 않게 의미 있는 수익률이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작지만 소중한 수익률이다.
11월 말 이후, 최근 한 달 사이에 미 금융권으로의 투자자금 유치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시티그룹이 아부다비 투자청으로부터 자금 유치 소식을 밝힌 것을 시작으로 빈번하게 미 금융주로의 자금 유입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테마섹이 메릴린치에 투자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증시 참여자로서는 신용 위기의 정점을 지났다는 인식을 지속적으로 상기시키게 되는 소식들이다.
한편으로는 신속하게 진행되는 미 금융 위기의 해소 과정에도 긍정적 평가를 내린다. 펀드(매수자) 입장에서야 판단만 선다면 빨리 진행할 수도 있겠지만, 금융기관(지분 매도자) 입장에서는 생각처럼 쉽게 진행할 수 만은 없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성장 축의 다변화라는 냉엄한 현실이 미국 경제의 역할을 축소시켜가고 있지만, 신용 경색 이후 빠르게 진행되는 미 금융기관의 자금 유치는 미국 자본시장의 성숙성을 보여준 모처럼의 기회로 생각된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지금은 ‘완만한 미니 랠리’가 펼쳐지고 있다. ▲ 미국의 개인 소비가 의외로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 신속하게 진행되는 미 금융 위기의 해소 과정 ▲ FRB를 비롯한 각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이 진행 중이고 ▲ 일부 기술주들이 탁월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점 등에서 현 시점은 주식을 팔기엔 아쉬운 환경이다. 또한, 여기에 현금 배당금까지 더했으니 짐짓 여유를 부릴만한 따스한 연말이다.
(안태강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