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기자] 부동산시장이 '두더지 게임'식의 투기장으로 전락했다. 두더지가 올라오면 방망이로 내려치고, 그러면 다시 다른 구멍으로 두더지가 나오는 식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이쪽(재건축, 아파트)을 규제하자 저쪽(오피스텔,상가)에서 돈이 몰리면서 일이 터지는 형국이다.
유동자금의 틈새 쏠림 현상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가 송도 오피스텔 청약이다. 인천 송도신도시에 짓는 코오롱건설(003070) '더 프라우' 오피스텔은 불과 123가구 모집에 총 59만7192명이 접수했다.
아파트를 포함한 역대 사상 최고경쟁률인 4855대 1을 기록했다. 청약금만 5조원을 넘어서, 금융권의 일대 혼란을 불러왔다. 이 같은 현상은 오피스텔의 경우 계약과 동시에 전매가 가능하고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등 규제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또 이 오피스텔의 경우 평당 분양가가 650만원으로 인근 오피스텔보다 300만 원 가량 싸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렸다.
규제가 심해 단기차익 목적의 투자자가 적은 일반아파트도 유망지역으로 알려진 곳은 어김없이 투자열기가 거세다. 대우건설이 지난달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서 분양한 아파트 409가구는 1순위에서 전평형 마감됐으며 247대 1의 경쟁률을 보인 평형도 나왔다.
이 아파트는 구로구에 속해 있기는 하지만 목동 생활권인데도 분양가는 목동의 시세보다 크게 낮았기 때문에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택지지구 내 근린상가도 만만치 않은 투기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발산택지지구에서 공개경쟁입찰로 분양된 상업용지 내 근린 상가의 평당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두 배나 높은 8500만원을 나왔다.
최근 화성 동탄신도시의 1층 상가는 낙찰가가 평당 9000만원에 육박해 관계자들조차 놀라게 했다. 이 경우 20평형(전용면적 13평) 상가의 분양가는 18억원이 된다.
◇ '돈되는 곳' 여지없이 자금 몰려..지방은 수요자 외면 '양극화 현상'
반면 지방에선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냉랭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곳이 수두룩하다. 실제 지난 3월 말 울산에서 분양을 시작한 S 주상복합아파트는 순위 내 청약률이 50%에도 못 미치고 있고, D사가 경북 구미 공단에 내놓은 1200가구 물량에도 300여 명만이 청약에 나서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송도 오피스텔 청약 광풍은 시중에 부동산 시세 차익을 노리는 자금이 풍부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정부는 이런 시중 부동자금을 흡수할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야 지속적인 부동산시장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