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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통일교 돈이 몰려온다

조선일보 기자I 2005.02.05 14:47:28


여수 해양레저 단지에 1조 6000억원 투자…여의도에 120층 초대형 건물 검토
김포에 3억달러 들여 5만평 규모 헬기공장 예정…강남 센트럴 시티도 인수

[조선일보 제공] 통일교(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돈이 몰려오고 있다. IMF 사태 직후인 1998년 계열사들이 줄줄이 부도가 나면서 국내 사업이 위축됐던 통일교가 막대한 외자(外資)를 앞세워 새로운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통일교가 인수한 사업과 향후 투자 액수를 감안하면 3조원 가까운 통일교 자금이 국내에 유입됐거나 유입될 전망이다. 통일교가 벌이는 사업 중 규모 면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전남 여수에 건설할 가칭 ‘국제 해양관광레저단지’. 여수시 화양면 일대 300만평에 들어설 이 관광레저단지에는 통일교가 향후 10년간 1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 자금은 대부분 외자로 조달한다는 것이 통일교 측의 설명으로 통일교가 외자를 들여와 벌인 단일사업으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 이미 통일교는 화양면 일대 180만평을 매입해 놓은 상태이고 작년 9월 통일교 계열사인 ㈜일상 문용현 대표와 김충석 여수시장이 투자협약서(MOU)에 서명했다. 통일교는 용인 에버랜드 면적의 10배에 이르는 이 초대형 단지를 1, 2차로 나눠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작년 9월 체결된 투자협약서에 따르면 일단 통일교는 2007년까지 2000억원을 들여 여수시 외곽 2만여평을 ‘오션 리조트 특구’로 개발할 예정이다. 여수시는 이 개발지역을 특구로 지정하고 각종 행정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여기에는 관광호텔, 콘도, 워터파크 등이 조성된다. 통일교는 특구 내에 지하 2층, 지상 33층, 연면적 1만8600평의 호텔과 7600평의 콘도(7층), 900평의 쇼핑몰, 4500평의 워터파크 등을 건설하겠다는 투자계획서도 제출했다. 통일교는 작년에 세계적인 부동산 개발회사 관계자들 5~6명을 초빙해 헬기를 타고 여수 일대를 직접 보여주는 등 외국 회사의 개발 참여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자유구역 화양지구와 거의 일치 통일교는 이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수년 전부터 땅을 조금씩 사들였다. 문선명 총재도 여수에 애착을 보이며 자주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문 총재는 “여수에서 여생을 보내겠다”며 여수시에 아파트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는 국내에서 해양ㆍ레저 산업을 시작하기 위해 동해안·서해안·남해안 일대에서 개발 적지를 찾다가 여수를 최종 낙점했다고 한다. 앞으로 통일교가 300만평까지 사들일 여수시 화양면 일대는 작년에 전남도가 지정한 경제자유구역 화양지구(299만평)와 거의 일치한다. 전남도가 2020년까지 조성할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은 물류 중심의 광양지구, 산업 중심의 율촌지구, 외국인 주거단지 중심의 신덕지구, 그리고 여가 중심의 화양지구 등으로 나누어 조성된다. 화양지구가 뒤늦게 경제자유구역에 포함된 것을 놓고 전남도와 여수시가 통일교의 투자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 추가 부지 매입이 용이해질 뿐 아니라 개발지구 주변의 수자원 보호구역 해제 가능성도 높아진다. 여수시 투자유치사업소의 한 관계자는 “통일교가 여수 개발을 위해 땅을 사들이고 있다는 말을 듣고 우리가 접촉을 해 유치 노력을 했다”며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화양 개발지구는 사회간접자본 시설 지원과 세제상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수가 관광지이지만 그동안 숙박시설 미비 등 별다른 프로젝트가 없었다”며 “통일교의 개발 계획에 대해 시민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세계 190여개국서 한 층씩 부담” 여수시에 따르면 통일교의 개발 계획은 일단 ‘정부 허가’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개발사업자인 ㈜일상이 오는 4월까지 실시계획 승인을 재경부에 제출하면 정부는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10월까지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여수시 측은 전남도가 지정한 경제자유구역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도 정부가 통일교의 개발 계획을 승인할 것으로 보고 있고 오는 11월이면 개발이 시작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그림은 그려지지 않았지만 여수 개발에 버금가는 통일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서울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통일교가 보유하고 있는 여의도 22번지 1만4000여평 부지의 개발계획이 그것. 여의도 LG 쌍둥이 빌딩 옆에 위치한 이 부지는 그동안 통일교가 건설사에 임대해 ‘모델 하우스 부지’로 사용돼 왔지만 본격적인 개발은 제한돼왔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통일교 계열사들이 어려움을 겪자 각종 금융기관의 담보가 설정됐고 소송이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경매에 부쳐지기도 했던 이 부지는 한때 2500억원 가까운 빚이 잡혀있었다. 하지만 “작년 말까지 부채를 깨끗이 해결했고 이제 개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통일교 측의 설명이다. 주변에서는 이 2500억원의 빚을 해결한 것도 외자 덕분인 것으로 보고 있다. 통일교는 앞으로 이 부지에 통일교의 랜드마크(landmark)가 될 만한 초대형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외국회사에 설계용역을 준 상태로 작년에 설계회사가 설명회도 가졌다. 통일교 측에 따르면 아직 건물 규모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 부지에는 통일교 본부 건물로 쓰일 초고층(70층~120층) 건물과 국제 컨벤션 시설, 업무ㆍ쇼핑 단지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과거 통일교는 이 부지에 100층 높이의 건물을 지으려 했으나 고도제한에 걸려 건축허가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통일교 측은 “이미 오래된 일”이라며 개발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112층 규모의 잠실 제2롯데월드 건설이 다시 본격적으로 검토되는 등 상황이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용평리조트에 추가 투자 검토 통일교 내부에서는 이 부지 개발에 대한 문선명 총재의 의지도 대단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120층 규모의 빌딩을 짓되 지하 15~20층은 한국 통일교가 건설비를 부담하고 지상 층 건설비는 통일교 선교사들이 나가 있는 세계 190여개국의 신도들이 한 층씩 부담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구상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통일교의 힘을 상징하는 건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통일교가 이 부지에 대한 구체적인 개발비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통일교 구상대로라면 최소 4억~5억달러, 최대 10억달러의 프로젝트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한다. 여수에 이어 또 다른 조 단위의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일교가 추진하고 있는 외자 유치 프로젝트는 이 뿐만이 아니다. 통일교는 2007년까지 경기도 김포 일대에 5만평 규모의 헬기 공장을 짓기 위해 이미 땅을 매입하기 시작했고, 경기도와 작년 9월 투자협약서도 체결했다. 비행기 임대업을 하는 미국의 통일교 계열사인 워싱턴타임스에이비에이션(WTA)과 미국 굴지의 헬기 제조업체인 시콜스키(Sikorsky)가 조인트 벤처 형식으로 추진할 이 헬기 조립 공장 역시 투자 규모가 2억5000만달러에서 3억달러에 이를 전망으로 미국 시콜스키사는 기술력만 제공하고 통일교가 외자를 유치해 투자비를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이 헬기 공장 유치 사업에는 뒤늦게 다른 지자체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충청북도의 한 관계자는 “청주공항에 올해 LG그룹의 헬기 조립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고 아직 청주공항에 여유부지가 많아 통일교가 헬기 공장을 유치한다기에 최근 접촉해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도 측은 “통일교가 원하는 공장 부지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국제공항이 인접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헬기 공장의 경기도 유치를 자신하고 있다. 이처럼 추진 단계에 있는 프로젝트 외에 이미 통일교가 자금을 집행한 사업도 적지 않다. 예컨대 통일교 계열사인 세계일보는 2003년 2월 쌍용양회로부터 용평리조트를 사들였다. 당시 세계일보는 용평리조트의 총주식 3800만주 가운데 1700만주(44.7%, 850억원)를 일반 공모를 통해 사들였고, 1780만주(46.8%, 890억원)를 쌍용양회와 양도양수 계약을 통해 취득했다. 통일교는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관심을 보이며 용평리조트에 대한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문선명 총재가 이미 “리조트 내의 호텔을 증축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강남 터미널에 있는 센트럴시티 역시 통일교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통일교가 인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센트럴시티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영풍문고 등이 들어서 있는 대형 상업시설을 임대 운영하고 있고 JW메리어트호텔을 운영하는 센트럴 관광개발의 최대 주주(지분 69.49%). 센트럴시티는 작년 10월 주주총회를 열었는데 대표이사 사장에 통일교 재단 사무총장을 지낸 신달순 용평 리조트 사장이 선임됐고, 이를 계기로 통일교 인수설이 나돌기 시작했다. 센트럴시티의 한 임원은 “우리도 통일교 인수설을 들었는데 진상은 잘 알지 못한다”며 “신선호씨를 누르고 최대 주주로 부상한 외국계 펀드 측이 시너지 효과를 위해 용평리조트의 신 사장에게 사장 겸직을 제의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센트럴시티 지분은 신선호 전 율산 회장이 36.95%, 룩셈부르크 회사가 주요 조합원으로 있는 QCP 8호 펀드가 34%, 말레이시아 계열의 ‘메티오르 리미티드(Meteor Limited)’가 27.2% 등을 갖고 있어 표면적으로는 통일교와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지분의 실소유주가 통일교”라고 말했다. 한 차례 증자를 거친 센트럴시티의 자본금(3000억원) 규모만 감안하면 통일교가 1800억원을 투자했다는 계산이다. 통일교는 이밖에도 최근까지 의욕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IMF 당시 부도가 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일화를 최근 다시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지난 1월 19일 일화에 대해 채권자 관계인 집회를 열고 일화를 통일교 재단에 매각하는 정리계획안을 인가했는데 통일교는 이미 납부한 일화 인수대금 260억원으로 정리담보권 82억원 가운데 67억원을, 정리채권 326억원 가운데 190억원을 변제할 예정이다. 이후 자본금 확충 작업 등을 통해 이르면 3월께 일화를 법정관리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일화를 인수한 것이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통일교의 과거 계열사 인수가 추가로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 IMF 당시 부도가 난 5개의 통일교 계열사 중 한국티타늄과 통일중공업은 완전히 소유주가 넘어갔지만 일화와 일신석재, 일성건설 등에는 아직도 통일교 지분이 남아 있다는 게 통일교 측의 설명이다. 워싱턴타임스, UPI, 세계일보 등의 언론매체를 갖고 있는 통일교가 국내 방송사업에 진출할지 모른다는 루머도 한때 나돌았다. 영업이 중지돼 있는 경인방송 인수설이 나돈 것이다. 하지만 통일교 측은 “인수 여부를 검토하긴 했지만 국내법상 신문매체를 갖고 있는 회사가 공중파 방송까지 갖는 것을 금하고 있어 인수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통일교의 사업 확장에서 주목할 부분은 과거 기계ㆍ음료 등 제조업에 주력했던 통일교가 사업 성격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는 점. 통일교는 앞으로 관광ㆍ레저ㆍ스포츠 분야에 집중투자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20세기와 21세기의 기업 운영 방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통일교의 장기 사업 구상과 관련해서는 관광ㆍ레저ㆍ스포츠에 집중투자하는 것과 함께 기존에 운영해 오던 문화ㆍ예술 사업을 강화하고 센트럴시티 인수를 계기로 유통업에도 적극 진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통일교가 내부적으로 대형 유통업체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 이러한 통일교의 의욕적인 사업 확장이 가능한 것은 외자(外資)의 힘이고 이 역시 통일교 측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통일교 측은 외자를 어떻게 조달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기를 꺼리고 있지만 미국 일본 등 통일교 교세가 강한 지역에서 들어오는 돈이 외자의 대부분일 것이란 관측이다. 외국에서 한 해 국내로 입국하는 통일교 신도만 30만명 가량으로, 이들이 내는 헌금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게 통일교 측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의 통일교 관련 기업들의 한국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일본 정부도 여기에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인과 결혼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본 여자 교인 수만도 1만여명 가량이라고 한다. 통일교가 들여오는 ‘외자의 힘’에 대해서는 정부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해외자본 유치에 신경을 써야 할 입장에서 통일교가 들여오는 외자를 못들어 오게 할 방법이 없다”며 “조달 비용이 들고 수익률을 따지는 일반적인 외자와 달리 통일교 자금은 의사결정만 내려지면 신속하게 결집해 들어오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통일교는 자신들이 운영하는 기업을 ‘평화 세계 구현의 수단’이라고 보는 등 기업 운영에도 종교적인 이념을 깔고 있다. 통일교의 의욕적인 사업 확장과 투자에 대해 지자체들은 외자 유치 차원에서 환영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반작용도 나오고 있다. 특히 통일교를 이단시해온 기독교계에서는 통일교의 사업 확장을 경계하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국기독교총연합 산하 통일교대책위원회 이영순 사무총장은 “통일교가 인수한 용평리조트를 이용하지 말자는 보도를 기독교계 신문 50군데에 200회 가량 냈다”고 말했다. 기독교계에서는 작년에 통일교가 유치한 피스컵 축구대회 관람 금지도 신도에게 요청했고 통일교 관련 기업들에서 생산하는 상품을 쓰지 말자는 운동도 지속적으로 벌여오고 있다. 통일교는? 1954년 5월 문선명(85) 목사가 서울에서 창립했다. 당초 명칭은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였지만 1994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바꿨다. 문선명 총재를 메시아로 보는 독특한 교리 때문에 기독교계에서 이단시돼온 통일교는 현재 세계 191개국에 선교사를 내보내고 있다. 열성 신도만 150만명이라는 게 통일교 측의 설명. 정확한 국내 신도수는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통일교는 신도의 헌금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국내 계열사만 20여개이고 세계적으로는 수백 개의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사업(선화예고·선문대학교·미국의 브리지포트 대학교), 문화사업(리틀엔젤스예술단·유니버설발레단), 미디어산업(세계일보·워싱턴타임스·UPI)도 활발히 벌여왔다. 농원 관리를 하다 ‘여수 프로젝트’를 담당한 (주)일상 등 국내 계열사 중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업체도 많다. 통일교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천주평화통일가정당(일명 가정당)을 창당했지만 선거에는 뛰어들지 않았다. 가정을 ‘천국’의 최소단위로 보는 통일교는 가정당을 통해 일반인에 대한 정치·사회 교육을 한다는 방침이다. 해마다 전세계인을 상대로 대대적인 합동결혼식을 올려온 통일교는 올 7월에도 4억쌍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4차 합동결혼식을 갖는다. 통일교는 세계평화기구를 구성한다는 목표 아래 매년 각국 전·현직 정상을 초청해 ‘세계평화를 위한 정상회담’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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