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우리나라에서는 멜라토닌이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이는 멜라토닌이 인체의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작용하며, 용량에 따라 생리적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과 약사법에 따르면 멜라토닌은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일반 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 형태로 판매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최근 온라인과 홈쇼핑 등을 중심으로 ‘식물성 멜라토닌’ 제품이 판매되면서, 국내 법적 기준과 실제 유통 사이의 괴리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제품이 ‘멜라토닌 5㎎ 또는 10㎎ 함유’를 강조하며 수면 개선 효과를 홍보하고 있어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멜라토닌은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어, 일반 마트나 약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규제 방식의 차이로 인해 동일 성분이라도 국가별 유통 기준이 크게 달라지는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국내에서 ‘식물성 멜라토닌’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제품들이다. 일부 업체는 파스타치오, 토마토, 타트체리 등 식물 유래 성분을 강조하며 ‘자연 유래 멜라토닌’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식물성 멜라토닌도 의약품 멜라토닌과 구조가 동일하기 때문에 식물 추출물에 함유되어 있다고 부작용이 없다거나 매일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식물성 멜라토닌이 의약품(또는 인체) 멜라토닌과 구조가 같아서 효능이 있다고 말하면서, 식물성이라 부작용은 없이 안전하다는 것은 소비자 기만이자, 국민 건강을 무시하는 처사이다.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식물성 멜라토닌이 일반식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섭취량의 제한 없이 고용량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고함량 제품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멜라토닌은 단순한 수면제가 아니라 호르몬이기 때문에, 5 mg 이상의 고용량 섭취는 심혈관계 부담이나 생체리듬 교란을 유발할 수 있다”며 “반드시 전문의 진료를 통해 개인 상태에 맞는 용량을 처방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진규 원장은 “식물성 멜라토닌의 효과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식물성 멜라토닌은 식물 추출물에 소량의 멜라토닌이 함유된 것인데, 이는 식물 추출물 그 자체로 수면에 대한 평가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까지 식물 유래 멜라토닌이 실제 수면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수면다원검사 등 객관적 검사로 충분히 검증된 바가 없으며, 대부분 설문 기반 연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식물성 멜라토닌 제품들은 모두 과채가공품, 기타가공식품 형태로 일반식품이기 때문에 광고심의 없이 수면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전문가들은 소비자가 의약품 멜라토닌과 동일한 효과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핵심은 전문가들의 정확한 정보 전달와 소비자의 신중한 선택이다. 수면 문제를 일반식품으로 해결한다는 것은 법적으로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다. 수면다원검사 등 객관적인 진단을 통해 원인을 확인하고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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