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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 중간저장시설 부지 별도 선정 땐 원전 포화문제 근본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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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욱 기자I 2025.04.10 05:00:00

[만났습니다]정재학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①
''기술 성숙'' 중간저장시설 우선 추진 땐 일정 단축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포화 문제 등 한번에 해결
고준위특별법 제정 기쁜 일이지만 남은 숙제 많아
신설 위원회 전문성 확보·인력양성 더 체계화해야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는 현재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중간저장시설과 최종 처분시설을 하나의 부지에 함께 만들려 하지만, 중간저장시설을 우선 추진한다면 현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용량 포화 같은 여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정재학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회장(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최종 처분시설은 수백 미터 깊이까지 안전을 확보해야 하지만, 중간저장시설은 현재 운영 중인 부지 내 저장시설과 같은 개념이어서 훨씬 더 빨리 만들 수 있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정재학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 회장이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고준위 방폐물 관리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정부·국회는 원전 운영 과정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 즉 고준위 방폐물 관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달 관련 정책 추진 절차를 담은 고준위 특별법을 만들었다. 2060년 최종 처분시설 마련이 목표다. 정부는 하위 법령 정비를 마친 후 올 9월 시행과 함께 부지 선정 절차에 착수한다. 1978년 고리 1호기 상업운전 때부터 풀지 못한 고준위 방폐물 관리 문제가 비로소 출발점에 선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당장 국내 전력공급의 30% 이상을 도맡아 온 28기의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포화 문제가 눈앞에 닥쳤다. 2030년부터 원전 부지 내 저장용량이 차례로 포화하면서 원전 계속운전 차질 우려가 나온다. 현 계획대로면 중간저장시설·최종처분시설 부지 선정에만 13년, 중간저장시설 확보에 20년, 최종처분시설은 37년이 걸리는 만큼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포화와 ‘시차’가 있다.

정 교수는 “과학기술자로서 기술적으로만 보면 기존 계획을 더 앞당길 수 있다고 본다”며 “주민이 동의하는 적합 부지를 찾는 일은 불확실성이 크고 누구도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지만 우리보다 먼저 처분시설 부지를 정해 사업을 추진하는 다른 나라 선례가 늘어나는 만큼 상황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정 학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고준위 특별법이 7년간의 논의 끝에 지난달 제정됐다. 소감은

△N수생의 느낌이다. 합격해서 기쁘지만 나이를 먹어서 챙길 사람도 많고 해야 할 숙제도 많다. 국민부터 원전 지역주민, 지자체, 정부, 국회, 전문가 모두가 고생해 만든 결과지만 앞으로의 길도 쉽지 않다.

-9월 특별법이 시행되면 고준위 방폐물 중간저장시설 및 최종처분시설 부지 선정 절차에 들어갈 텐데 이 역시 쉽지 않을 것 같다

△안 해 본 채로 미래를 점칠 순 없다. 다만, 이를 추진할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이제는 될까 안될까를 고민하기보단 정해진 원칙에 따라 체계적으로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우리 세대의 부담을 다음 세대에 넘기게 된다. 다른 나라의 성공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국내 추진 여건도 더 좋아지고 있다.

2021년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른 고준위 방폐물 부지선정 절차. (표=산업통상자원부)
-부지 선정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나

△방식은 앞으로 구체화해야겠지만 기본적으론 정부가 2021년 만든 제2차 고준위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안전성과 지역 수용성을 모두 고려한 민주적 공모 절차를 거칠 것이다. 안전과 관련한 기초 데이터를 토대로 부적합 지역을 배제한 후 이를 통과한 지자체가 유치 신청을 하는 방식이다. 2005년 경주를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시설로 확정했을 땐 안전성 면에서 결격사유 없는 지자체 중 가장 찬성률이 높은 곳을 선정했었는데, 고준위 처분시설은 잠재적 위험이 더 큰 만큼 안전성 측면의 점수를 좀 더 반영해야 할 것이다.

-위해시설 유치를 공모하는 만큼 상당한 인센티브를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중·저준위 사업 때의 인센티브가 3000억원 플러스 알파였으니까 사람들이 중간저장시설·최종처분시설은 이것보다 많을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미국, 일본, 북유럽 등 선례도 참조할 수 있다. 다만, 북유럽 사례를 보면 인센티브가 천문학적인 규모는 아니다. 오히려 시설이 들어서고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지방 세수가 늘어나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하는 효과를 더 크게 보는 것 같다.

-특별법은 최종처분시설 마련 시한을 2060년으로 정해뒀는데, 2021년 수립한 현 2차 기본계획은 총 37년의 일정이어서 당장 올해 착수해도 2062년이다. 다소 촉박하게 느껴지는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가령 현 계획은 부지를 잡기가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해 중간저장시설과 최종처분시설을 하나의 부지에 넣기로 했는데, 상대적으로 쉬운 중간저장시설 부지로서 적합성을 우선 확인해 추진한다면, 전체 일정을 앞당기는 것은 물론 현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포화 등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중간저장시설과 최종처분시설 부지를 따로 선정할 수 있나

△최종처분시설은 지하 수백미터 깊이까지 안전을 확보해야 하지만, 중간저장시설은 현재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과 다를 바 없다. 중간저장시설은 이에 필요한 운반·저장 기술이 이미 성숙한 만큼 땅만 정해지면 오랜 기간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 반면에 최종처분시설은 땅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좋은 땅을 찾아내고 그 땅을 분석하는 기술도 필요하고, 그 땅에 최적화한 용기 개발과 처분 방식을 정하는 연구도 뒤따라야 한다. 부지가 정해지면 그곳에 지하연구시설이 지어지고 많은 연구가 이뤄질 것이다. 기술적으론 두 부지를 따로 선정할 수도 있고, 같은 부지에 하더라도 중간저장시설 사업을 우선 추진하는 등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고준위 특별법에 부지 내 저장시설에 용량 제한 내용이 포함되면서 부지 내 저장시설 포화에 따른 원전 계속운전 차질 우려가 있다. 벌써 개정 얘기도 나오는데

△과학기술자로서 원칙적으론 원자력안전법에서 다뤘어야 할 부지 내 저장시설 내용이 고준위 특별법에 포함된 건 아쉽다. 그러나 오랜 기간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반영해 만든 결과물인 만큼 특별법 시행도 전에 개정 얘기가 나오는 건 성급하다. 구체적인 데이터가 나와봐야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월성 원전 등도 일부 제약은 있겠지만 계속운전이 불가능하진 않다고 본다.

-정부가 9월까지 하위 법령을 만들 예정이다. 어떤 점이 중요할까

△가장 중요한 건 신설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원회 구성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위원회 사무처 역시 이 분야에 대한 경험과 식견이 있는 사람 위주로 꾸려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의 전문가를 파견하는 형태로 전문성과 책임감을 더해야 할 것이다. 전문 인구인력 양성도 중요하다. 정부가 현재도 일부 인력양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더 체계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정 학회장은=△1968년 서울 출생 △연세대 화학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공학 석·박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방사선규제단장 △국제원자력기구 방폐물안전기준위원회(WASSC) 위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원자력·핵융합소위원장 △원전해체글로벌경쟁력강회협의회 공동 회장 △원자력안전전문위원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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