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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문제 해결을 현장 중심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왔다. 또 다른 자문위원은 “개혁 과제 우선순위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두고, 추진 방법으론 개별 현장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가 주도해야 할 문제에 경사노위가 힘을 보태거나 경사노위가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윤석열 정부는 △노사 법치주의 확립(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 및 기초노동질서 확립 등) △노동시장 유연화(경직적 고용관행 개선 및 계속고용과 연계한 임금체계 개편 등) △이중구조 개선(원·하청 간 근로조건 격차 완화) 등을 주요 의제로 삼아 노동개혁을 추진해왔다. 이중 연공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우선 추진과제로 제시하고 정부 주도로 개혁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주 69시간제’ 논란으로 현재는 이를 포함한 상당수 과제가 경사노위 의제로 넘어간 상태다. 정부 한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해 이어갈 수 있는 과제는 노사 법치주의 확립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야당 주도의 노동개혁엔 힘이 실릴 전망이다. 특히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노동자를 상대로 한 사용자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노란봉투법은 이미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이번 총선 전 양대노총에 노란봉투법 재추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 주 4(4.5)일제 도입 등도 민주당이 공약한 사안이다. 다만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만큼 파급력이 커 경사노위를 거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주 5일 근무제, 주 52시간 근무 상한제 도입 전에도 사회적 대화로 노사정 합의를 이룬 후 입법화됐다.
지난 1월 말 5~49인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선 쟁점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법무법인 율촌은 지난 11일 발간한 ‘총선 이후 정책 방향 및 입법 환경’ 보고서에서 21대 국회에선 추가 유예 협상이 결렬됐지만 국민의힘이 야당 요구사항을 추가 수용하면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민주당이 조건부 수용 가능성을 제시한 만큼 협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중대재해법을 유예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고용부 장관을 지낸 이채필 일자리연대 상임대표는 통화에서 “30인 미만 사업장은 초영세사업장으로 볼 수 있다”며 “이들 사업장의 실상을 고려해 법 적용 준비 기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노동개혁 과제를 총선 결과와 결부지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사노위 한 자문위원은 “노동체제 개편(노동개혁) 필요성은 정치적 지형에 따라 변하는 게 아니다”며 “이번 총선 결과로 개혁 동력이 물 너갔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