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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연체 이력은 신용평가에서 빠지며 신용 평점이 자동으로 오른다. 특히 5%에 해당하는 15만명은 카드발급 기준 최저 신용점수(645점)를 충족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25만명은 은행업권 신규 대출자 평균 신용점수를 넘게 돼 낮은 금리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규모 신용 사면에 2금융권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2금융권 전반이 연체율 관리에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79곳 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연체율은 6%이고 최근 더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300만~500만원의 소액 신용대출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저축은행 37개사의 지난해 3분기 연체율은 11.62%에 달한다. 이에 저축은행업계는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이런 부담은 카드사에 전가되고 있다. 카드업계도 높은 채권 금리로 자금조달비용이 여전하고 낮은 가맹점 수수료 등으로 본업 영업력이 떨어진 상황에 금융 여건까지 악화하면서 연체율이 1%를 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저축은행의 대출 축소 영향으로 카드사 유입이 늘어나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에 신용 사면으로 신용카드 발급이 급증하면 연체율 관리는 물론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카드사를 찾는 소비자가 대부분 중·저신용자나 다중채무자라 추가 연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가계대출 다중채무자는 450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사면 첫날이라 아직 발급 신청이 급격히 늘어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진 않다”며 “과거 연체 경험이 있던 차주는 다시 연체할 가능성이 있는데 신용사면으로 연체 이력을 확인할 수 없어서 카드사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신용사면으로 2금융권의 건전성 악화와 대출 이자 상승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용사면자는 상환 능력 제고 때문에 사면이 됐다고 확신할 수 없어 이들이 앞으로 받을 채무의 부실 우려가 있다”며 “금융기관에서도 리스크 프리미엄으로 대출 이자를 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더욱이 정부의 일괄적인 사면으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연체를 더 쉽게 발생시킬 수도 있다”며 “이번 사면자에 한해 대출 한도를 단계적으로 정상화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고 다음에 사면할 때는 성실차주에 한해 사면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해 신용 질서에 혼란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