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아랩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실험실 표준인증을 획득한 실험실을 일컫는다. 국내에서는 병원이나 의료재단이 진단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클리아랩 인증을 받으면 일반기업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랩지노믹스는 지난 8월 뉴저지에 본사를 둔 매출 700억원 규모 미국 100위권 클리아랩 큐디엑스를 인수했다. 이에 따라 큐디엑스는 외부에서 조달하던 호흡기 질환 검사, 성병 검사, 암 진단에 체외진단(IVD) 제품을 랩지노믹스 제품으로 전환, 수익성 제고에 일조할 전망이다. 지난 3분기 연결기준 실적에는 큐디엑스 실적이 일부 반영됐지만, 내년부터는 통으로 잡혀 외형이 더 커질 예정이다.
랩지노믹스는 의료시스템이 집중된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 클리아랩을 추가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미주 전역에서 진단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조 상무는 “미국 영토가 거대하기 때문에 검체 운송을 위해서는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며 “핵심 거점 지역을 대상으로 클리아랩을 추가로 인수, 최종적으로는 미국법인이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검사 효율성을 높이고, 영업망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랩지노믹스가 클리아랩 인수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위주의 기존 매출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진단기기 업체들은 코로나19가 절정이었던 지난 2021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으나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실적이 꼬꾸라졌다. 랩지노믹스 역시 지난 2019년 332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2020년 1195억원, 2021년 2024억원, 2022년 1448억원으로 급증했다가 올해는 1000억원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랩지노믹스의 올해 예상 매출액을 858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보다는 158% 급증한 규모지만, 투자자 눈높이가 코로나19로 높아져 있어 ‘코로나 없는, 코로나 시기 매출’ 달성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랩지노믹스는 코로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기간 벌어들인 대규모 자금을 기반으로 클리아랩 인수를 추진하며 매출 공백을 메울 전략이다.
조 상무는 “큐디엑스 매출 확대와 미국법인 자체 매출 달성이 계획대로 준비되고 있고, 특히 코로나 검사 매출을 빠르게 병리 검사와 호흡기 시장의 확대로 전환하고 있다”며 “내년부터 비코로나 매출이 정상궤도에 올라서면서 본사 연결 매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3분기 실적 바닥을 확인하고, 내년부터는 실적 확대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의료 인공지능(AI) 사업 강화도 추진한다. AI 진단사업 강화를 위해 자회사인 AI 기반 유전자분석 플랫폼 제노코어BS 합병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현재 의사 한 명당 진단 검사 분량은 하루 40개 정도지만, 병리진단에 AI를 접목하면 200~300개까지도 가능하다”며 “국내 기업과 논의해 디지털화를 도입하고 검사도 디지털화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진출을 발판 삼아 캐나다와 중·남미 시장으로 외연도 넓혀나갈 계획이다. 이들 지역은 미국 식품의약청(FDA)에서 허가받은 제품이 보다 빠르게 인허가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 상무는 “미국 FDA 허가를 받으면 패스트트랙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국가들이 상당히 많다”면서 “미국 현지에 생산 기지,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고 우선 캐나다에 진출한 뒤 중·남미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되면 검증된 제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으로 확대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