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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EU는 튀르키예와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상황을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EU와 결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과정에서 미국·스웨덴 등이 튀르키예에 한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튀르키예는 1987년 EU 가입을 신청하고 2005년 가입 협상을 시작했으나 지금까지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16년 튀르키예 쿠데타 기도 이후엔 협상이 사실상 멈춰섰다. 이번주 유럽의회는 튀르키예의 인권 탄압과 법치주의 훼손, 대(對)러시아 제재 위반 등을 들어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튀르키예와 협상을 재개해선 안 된다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같은 보고서가 나오면서 튀르키예 건국 100주년을 맞는 올해 EU 가입 성과를 내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구상도 어그러졌다. 지난 5월 재집권에 성공한 후 에르도안 대통령은 친서방 외교 행보를 보였다. 특히 튀르키예가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원할 걸 계기로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었다.
유럽의회의 가입 협상 재개 반대 보고서 채택으로 튀르키예-EU 관계는 다시 냉각될 위기를 맞았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보고서 채택 직후 “반(反)튀르키예 세력의 허위정보에 근거한 부당한 비난과 편견으로 가득 찬 이 보고서는 평소 튀르키예-EU에 대한 유럽의회의 얕고 근시안적인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다시 서방과 거리를 두고 러시아 등과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달 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하며 양국 간 유대를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