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동산 리스크가 확산돼 금융시스템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원은 “장기간 부동산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디밸로퍼(개발업자)의 실적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면서 “10월까지 다수의 중국 디밸로퍼의 채권 만기가 몰려 있는 가운데, 부동산 대출 부실 문제가 제기되면서 중국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중국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로 인해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금융시스템은 국유 은행을 중심으로 한 자본조달 방식이 발달했고 더불어 자본주의 국가들은 시장금융 기반인 반면 중국은 계획금융과 시장금융이 공존하는 이원화된 시스템(국유은행을 통해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하고 비국유은행을 통해 효율성을 확보)을 가지고 있다”면서 “따라서 중국 정부의 금융시스템내 통제력을 감안하면 리먼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실제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일어났던 지방은행의 뱅크런 사태이다. 지난해 허난성내 4개 중소은행들이 온라인 인출 및 이체 중단을 이어간 것을 계기로 은행에 대한 신뢰가 악화하면서 뱅크런이 발생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강제로 은행에서
인출을 금지하며 사태를 수습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금융위기 가능성은 없더라도 현재 의 사태는 부동산 관련 악화한 심리가 확산하며 경기 부진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전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10bp(1bp=0.01%포인트) 인하했다. 부동산과 관련된 5년 만기 금리는 동결했다. 올해 6월 이후 2번째 기준금리 인하지만 시장에서 각각 15bp씩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였던 것에 비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연구원은 “결국 정부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득이 실보다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미 지난 6월 기준금리 인하에도 7월 신규 위안대출 증가 규모는 3459억 위안으로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가 부족한 것이 아닌 사람들이 심리악화로 빚을 쓰지 않는 게 문제”라면서 “이와 더불어 미-중 금리차로 위안화 약세가 심화될 가능성도 금리 인하폭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그는 “문제의 본질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민간 심리가 제대로 개선되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이미 중국 정부는 7월정치국 회의에서 ‘부동산은 주거용이지 투기나 투자 대상이 아니다’는 문구를 삭제하는 등 부동산 부양에 대한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면서 시장의 중국 경기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렸고 더불어 8월 20일 발표된 인민은행 성명서에 따르면 당국은 금융기관에 모기지에 대한 정책 조정과 최적화를 촉구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 심리가 지속해서 악화된 상황은 소비 부진과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으로 이어지면서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며 경기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민간의 심리 개선이 먼저이뤄져야 한다”면서도 “다만, 현재 중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단순히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아닌 레버리지를 통한 성장의 한계”라고 정의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사회를 구조조정하고 새로운 동력을 찾는데 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으며 사회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민간 심리가 빠르게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다양한 통화 및 재정 정책 시행 이후에도 부진한 경제를 보며 시장은 중국 경제가 봉착한 문제를 점차 인지하는 과정에 있다”며 “과거 시장은 추가 정책 여부에 집중했다면, 점차 추가 정책에 대한 기대를 넘어서 정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정책 실효성을 검증하기 전까지 쉽게 긴장을 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현재 중국 경제 상태를 인지할수록 정책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시장이 반등하는 강도와 기간은 점차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따라서 경제 지표가 악화할 때마다 추가 정책에 대한 기대로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보다 중국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