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도노조 조합원 A씨 등 2명(농성자들)은 한국철도공사의 순환전보 방침에 반대하고자 2014년 4월 9일부터 5월 2일까지 높이 15m가량의 조명탑 중간 대기 장소에 올라가 2인용 텐트를 설치, “단 한명도 못 보낸다. 강제전출 철회” 라고 쓴 노란색 현수막을 걸고 점거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조합원들의 안전을 위해 조명탑의 전원을 차단했다. 결국 농성자들은 위력으로 한국철도공사의 야간 입환업무(열차의 조성을 위해 차량을 연결, 해방 또는 전선 등을 하는 작업)를 방해했다.
철도노조 조합원 7명 등 피고인들은 조명탑 아래 천막을 설치하고, 지지집회를 열었다. 또 농성자들에게 음식물과 책 등 물품을 제공했다. 결국 이들은 업무방해방조로 기소됐다.
피고인들은 “조명탑 아래 천막을 설치하고 집회를 개최한 것은 정당한 노조활동일 뿐 조명탑 농성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또 생필품 등의 물건을 올려보내 준 것 역시 농성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은 피고인들 행위를 유죄로 보고 벌금 50만~2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집회를 개최하고 물건을 올려 준 것은 농성자들의 업무방해 행위를 용이하게 하거나 결의를 강화해 이를 방조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2심은 피고인들의 방조죄를 인정하면서도 형량이 과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벌금 30만~100만원으로 감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와 농성자들의 업무방해죄의 실현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농성자들은 철도노조의 사전 계획과 무관하게 조명탑을 점거했던 것으로 보이고, 이들이 점거행위를 개시하게 된 데에 피고인들이 관여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집회에서 조명탑 점거행위를 지지하는 발언이 일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과 경위 등에 비추어 그러한 언행이 표현의 자유, 일반적 행동의 자유나 단결권의 보호 영역을 벗어났다고 볼 수 없고, 농성자들의 조명탑 점거행위를 통한 범죄 실현에 현실적인 기여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음식물 등을 제공한 것은 고공에 설치된 좁은 공간에 장시간 고립돼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는 다른 경로가 없는 상황에 있던 농성자들의 생존과 안전을 위해 요구되는 행위임을 부정할 수 없다고 봤다.
특히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조명탑 본연의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함으로써 야간 입환 업무를 방해한다는 농성자들의 범죄에 대한 지원행위 또는 그 법익 침해를 강화·증대시키는 행위로서 농성자들의 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피고인들의 행위의 태양과 빈도, 경위, 장소적 특성 등에 비추어 농성자들의 업무방해범죄 실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방조죄 인정 시 요구되는 인과관계를 부정한 사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