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잔치’ 눈총 5대 금융지주…사외이사 재편 ‘속도’

정두리 기자I 2023.03.03 06:59:38

사외이사 38명 중 30명 이달 임기 종료
우리금융, 지성배·윤수영 추천…변화 꾀해
신한금융, 재일교포 주주 인사 30% 유지
KB금융, 노조 추천 임경종 추가될지 관건
하나·농협금융도 이사진 적잖은 변화 예상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금융권이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돈잔치’ 비판을 계기로 은행 개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경영진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사외이사들도 대거 물갈이되는 추세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이사진 8할 임기 만료…우리금융 이사회 큰 폭 변화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5대 금융지주회사의 사외이사 38명 중 30명(79%)이 임기가 종료된다.

통상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결격 사유가 없으면 관례처럼 상법 시행령으로 제한하고 있는 사외이사 임기 6년(KB금융은 5년)을 채워 왔으나, 정부와 금융당국의 금융권 개혁 바람이 거세지면서 임기가 만료되는 금융지주의 사외이사의 진용이 대다수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외이사가 금융지주 CEO 연임을 뒷받침하며 ‘셀프 연임’이 가능했다는 비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금융지주 별로 살펴보면 △KB금융 7명 중 6명 △신한금융 11명 중 10명 △하나금융 8명 중 8명 △우리금융 7명 중 4명 △NH농협금융 5명 중 2명이 임기 만료 대상자다. 신한금융의 경우 사외이사 정원은 12명이었지만 지난달 임기만료를 앞둔 변양호 이사가 사퇴하면서 11명으로 줄었다. 농협금융도 기존 사외이사 7명 가운데 송인창, 이순호 이사가 일신상 사유로 지난달 연이어 사퇴하면서 5명이 됐다.

우선 우리금융과 신한금융, KB금융은 오는 24일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임종룡 회장 내정자가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에 발맞춰 이사회를 재편한다.

우리금융은 이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지성배·윤수영 이사를 임기 2년의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현재 우리금융 이사회는 지분 4% 이상씩 투자한 과점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노성태(한화생명) △박상용(키움증권) △정찬형(한국투자증권) △장동우(IMM PE) 등 4명이 교체 대상이다. 앞서 노성태, 박상용, 장동우 이사는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에 새로 합류할 지성배 후보는 IMM인베스트먼트 대표이자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을 역임했고, 윤수영 후보는 키움자산운용 대표이사와 키움증권 부사장을 역임했다. 기존 과점주주였던 한화생명이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한화생명이 추천했던 노성태 사외이사의 후임은 뽑지 않기로 했다. 이로써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7명에서 6명으로 줄었다.

우리금융 임추위는 “금융권 전반의 쇄신 분위기에 발맞춰 이사회 구성에도 과감한 변화를 주고자 2명의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며 “4년 임기를 마친 정찬형 이사는 경영 연속성을 위해 1년 임기로 재추천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사외이사 규모는 줄어든 한편 신규 선임자는 없다.

신한금융의 주총 소집공고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사외이사 규모는 지난해 12명에서 올해 9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금융권에 대한 내부통제가 갈수록 커지면서 사외이사직을 꺼리는 추세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사외이사 11명 가운데 김조설 일본 오사카상업대 경제학부 교수를 제외한 10명의 임기가 이달 종료되는데, 나머지 8명은 모두 연임할 전망이다. 이달을 끝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2명은 박안순 일본 대성상사 회장과 허용학 퍼스트브릿지스트래티지 대표다. 박 회장은 사외이사 임기 제한 6년을 모두 채웠으며, 허 대표는 본 활동지가 홍콩이라서 사외이사직을 유지하기엔 제약이 있었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신한금융의 사외이사가 9명으로 조정될 경우 김조설 교수, 진현덕 페도라 대표, 배훈 오르비스 변호사 등 3명은 재일교포 측 인사로 분류된다. 일본계 영향력이 강한 신한금융의 특성상 재일교포 주주 측 인사 비중 30%까 유지되는 셈이다. 이는 그룹 내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꼽히는 진옥동 회장 내정자의 지지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최근 이사회 재편 이슈가 제기되고 있지만, 신한금융은 이사회 운영을 독립적으로 운영해왔는 일종의 자신감을 갖고 사외이사 재선임에 나섰다”고 말했다.

◇KB금융, 노조 추천 인사 오나…하나·농협금융도 적잖은 변화 예상

사외이사 7명을 보유하고 있는 KB금융은 임기가 끝난 사외이사 6명 중 3명을 신규 추천했다.

2018년부터 이사직을 이어온 선우석호, 최명희, 정구환 등 3명의 이사가 자리에서 떠나고 김성용, 여정성, 조화준 등 3명의 사외이사를 새로 추천했다. 김경호, 권선주, 오규택 사외이사는 1년 더 연임키로 했다.

관건은 KB금융 노동조합이 추천한 임경종 전 수출입은행 인니금융 대표이사가 사외이사로 올라갈지 여부다. 임 전 대표이사는 3월 주총에서 주주들의 과반수 이상 표를 획득하면 사외이사로 선임된다. 이렇게 될 시 KB금융의 사외이사 명단은 8명으로 늘어난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도 이달 말 주총을 앞두고 있다.

하나금융은 백태승 연세대 교수, 김홍진, 양동훈, 허윤 이강원, 권숙교, 박동문, 이강원 등 8명의 사외이사 전원이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두면서 적잖은 이사진 변화가 예상된다. 농협금융은 현재 사외이사가 5명으로, 이 중 남병호, 함유근 이사 등 2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석준 회장 체제가 새로 시작되면서 사외이사진도 변화가 감지된다”면서 “기존 정원이 7명인 것을 감안하면 최대 4명의 신규 승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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