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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에 막힌 北…`기상천외` 외화벌이 수법[광화문 한통속]

권오석 기자I 2022.12.10 10:00:00

‘한’반도 ‘통’일·외교 ‘속’으로
북한 IT 인력들 국적, 신분 위장해 기업들 일감 수주
우리 정부, 국내 기업들 대상으로 주의보 발령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연이은 무력 도발로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기상천외한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 북한의 정보기술(IT) 인력들이 국적과 신분을 위장해 전 세계 IT 기업들의 일감을 수주, 매년 수억불에 달하는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이다. 수익의 상당 부분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준일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기자실에서 북한 IT 인력에 대한 정부합동주의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8일 외교부·국가정보원·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고용노동부·경찰청·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기업들이 국적과 신분을 위장한 북한 IT 인력을 고용하지 않도록 주의와 신원 확인을 강화할 것을 요청하는 `정부 합동주의보`를 발표했다.

정부에 따르면 북한 IT 인력 상당수는 군수공업부, 국방성 등 안보리 대북 제재 대상 기관에 소속돼 있다. 대개 이들은 외국인으로 위장하거나, 외국인으로부터 구인·구직 사이트 계정을 빌리는 등의 방식으로 신분과 국적을 숨기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교묘함을 보인다고 한다.

이들의 수법은 가히 다양하다. 손쉬운 신분위장 기법 중 하나는 신분증 조작으로, 외국인들의 운전면허증이나 ID 카드를 불법 수집한 이후 포토샵을 활용해 신분증상 인물 사진을 북한 IT 인력 중 한명으로 변경하는 식이다. 실명 확인을 위한 전화인증이 필요할 때는 ‘전화번호 본인 인증대행 사이트’를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글로벌 구인·구직 플랫폼의 인증 절차가 한층 강화됨에 따라, 다양한 외국인에게 사이트 계정을 빌리는 대신 이들에게 일정 수익을 분배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또는 북한 IT 인력이 외국인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에게 접근해 업무 협력 관계를 맺고, 외국인 프로그래머가 의뢰받은 일을 함께 수행하며 보수를 나눠 갖는 경우도 있다.

계정 대여 방식의 경우, 북한 IT 인력은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계정대리인을 확보하고 관계를 맺은 계정대리인은 북한 IT 인력을 대신해 구인·구직 웹사이트 계정을 생성한다. 이후 이메일, 전화, 신분증 인증까지 완료한 다음 북한 IT 인력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통상 일감 수주를 위해서는 발주기업이 제시한 과제를 해결하는 식의 면접을 진행하는데, 이 때 북한 IT 인력은 화상면접보다는 온라인 채팅을 통한 방식을 선호한다. 화상면접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계정대리인의 얼굴을 보여주면서 통신 사정이나 기술적 문제로 음성이 나오지 않는다고 둘러대고 화상면접이 아닌 전화면접으로 유도한 다음, 전화면접은 북한 IT 인력이 계정대리인 대신 참여한다. 북한 IT 인력은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높을 뿐 아니라 이 중 일부는 영어를 포함해 외국어도 능숙하게 구사하기도 한다.

이에 우리 기업들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구인·구직 플랫폼 기업의 경우 △단시간 내 다양한 IP 주소에서 수차례 로그인이 이루어진 계정 △하루 종일 실시간 접속 중인 계정 △하나의 IP 주소에서 여러 개의 계정에 로그인하는 경우 △누적 작업시간이 수천시간 이상인 계정 △계정 평점이 높고, 특히 평점을 부여한 의뢰 기업이 프로그래머 계정과 동일한 결제 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신규 계정을 생성하면서 제출한 서류가 기존 다른 계정이 제출한 서류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우 등을 유의해야 한다.

프로그램 개발 의뢰자는 개발 의뢰시 엄격한 신분 인증 절차를 거쳐 상대 프로그래머가 북한 IT 인력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미상의 프로그래머가 저가의 개발비를 제안하면서 화상 면접이 아닌 음성통화나 온라인 채팅을 통한 연락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북한 IT 인력 또는 이들과 연계된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

화상면접을 실시하는 경우에는 면접 도중 실물 신분증을 요구하거나 주소 등 계약시에 제시한 정보와 실제 신분증상 정보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등 엄격한 신분 인증 절차를 밟을 것을 권고한다.

계정 대여 관련해선 미상의 인물이 소정의 금액을 조건으로 신분증 사본 대여 혹은 IT 분야 구인구직 플랫폼 계정 및 해외 결제 시스템 계정 생성을 요구해 올 시 북한 IT 인력 또는 이들과 연계된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 인력에게 용역을 제공받는 등의 행위는 남북교류협력법상 반드시 통일부 장관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북한 인력인지 알면서도 일감을 주거나 고용을 하게 될 경우에는 처벌을 받으며, 중간에라도 인지한 시점부터는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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