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동명씨도 지난 2월 선한 영향력 가게 회원이 됐다. 다만 4개월 동안 아이들은 한 명도 찾지 않았다. 이씨는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뻘줌해서 그런지 아이들이 오지 않으니 많이 아쉽다”고 했다.
2019년 7월 생겨나면서 주목 받았던 ‘선한 영향력 가게’.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 손을 내미는 사장님들은 늘고 있지만 정작 발길이 많지 않다고 한다. 치솟는 물가에 수요는 늘어날 법한데도, 낙인효과 우려와 홍보 부족 때문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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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지원카드는 만 18세 미만의 저소득층 아동들에 급식·도시락을 제공하거나 일반 식당 ·편의점에서 사용할 수 있게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복지제도다. 서울시의 경우 한 끼당 식사 단가는 7000원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인 참가격에 따르면 대표적인 서민 외식 품목인 짜장면 가격(서울 기준)이 지난해 12월 5692원에서 지난달 6223원으로 올랐으니, 한창 자랄 아이들에 넉넉한 밥값은 아니다.
그럼에도 특히 최근 가입한 ‘선한 영향력 가게’들은 문을 두드리는 아이들이 없다고 말한다. 전국의 ‘선한 영향력 가게’ 위치를 알려주는 홈페이지 외엔 정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거나, 알아도 아이들이 선뜻 들어오길 주저해서다.
종로구에서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씨는 “문 앞에 써붙이지 않아도 홈페이지를 보고 찾아올 수 있을 것 같아 붙이지 않았다”고 했고, 인근 회원사 주인은 “안에서 밥먹는 아이들이 오히려 주눅 들고 눈치 볼까봐 일부러 안내판을 안 붙였다”고 했다.
오인태 대표는 더 많은 아이에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홍보를 활성화하고 회원사를 지원·관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선한 영향력 가게’ 사단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오 대표는 “사단법인이 되면 (급식지원카드 발급하는) 지자체와 정식으로 협력할 수 있지만 지금은 영리 사업자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라 안된다고 한다”며 “사단법인으로 인정받고 지자체에서 ‘이런 가게가 있다’고 아이들에 문자 한 통만 넣어줘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다만 사단법인 신청은 벌써 세 차례 ‘퇴짜’를 맞은 상태다. 오 대표는 “국가에서 지정한 사단법인이 되려면 회비를 내는 정회원이 있어야 해, 정회원이 되실 분들은 연 10만원을 내달라고 했다가 제가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 한단 오해를 받았다”며 “아이들에 나눔을 하고 싶단 것일 뿐, 회비를 내지 않는 준회원이어도 불이익 같은 건 없다”고 했다. ‘선한 영향력 가게’ 사무국은 다음달 다시 사단법인 승인 요청을 넣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