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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날(16일) 만기가 돌아온 달러화 표시 러시아 국채 2건과 관련, 일부 채권자들이 이자를 지급받았다고 전했다. 이는 러시아가 100여년만에 닥친 디폴트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번주 만기가 도래한 러시아의 달러화 표시 국채 2건의 이자는 1억1700만 달러(약 1419억 원)이다. 러시아측은 전날 해당 이자를 해외 동결자산을 통해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러시아 국영 언론에 “러시아는 채권단에 대한 의무를 잘 이행했다”면서 “외화로 우리의 (채무 상환)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여부는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등이 러시아의 해외 자산을 동결 조치함에 따라 이자 지급이 제대로 이뤄질 지는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이 2건의 외화 표시 국채에 대한 이자 지급은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부채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로 평가됐다. 이들 국채엔 30일간의 유예기간이 있어 4월 15일까지가 최종 상환기한이다.
우려와 달리 적어도 일부 채권자들은 달러화로 이자 지급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 채권자는 “내 예상과 달리 이자가 달러로 지급됐다”고 말했고,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 국채를 보유한 고객에게 이자를 전달했다고 했다.
다른 채권자는 아직 국채 이자를 받지는 못했으나, 국영 또는 민간 러시아 회사들의 달러 표시 회사채 이자를 무사히 받았다는 점에서 국채 이자에 수령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로이터는 러시아의 환거래은행인 JP모건은 러시아 정부가 국채 이자 지급을 위해 보낸 돈을 처리해 지급대리인인 씨티그룹에 입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씨티그룹은 이 자금을 확인한 뒤 채권자들에게 분배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씨티측은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미국은 대러시아 제재에 따라 자국 금융기관과 러시아 중앙은행·재무부 사이의 거래를 금지했으나, 오는 5월 25일까지는 러시아 채권 소유자들이 이자를 수령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했다. 다만, 러시아 정부는 자국에 적대 행위를 한 국가의 채권자들에게는 루블화로 상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디폴트 위기를 넘긴다고 해도 러시아의 국가 부도 위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당장 다음달 4일 20억달러 규모의 채권 만기가 또 돌아온다. 조니 굴덴 JP모건 전략가는 “이번 주 (국채 이자) 지급이 이뤄지더라도 투자자들은 차후 지급이 다르게 처리될 수 있기 때문에 다음 지급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