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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수능과 대입 공정성

신하영 기자I 2021.11.18 06:30:00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오늘은 수험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르는 날이다. 팬데믹 2년 차에 치러지는 이번 수능에서 수험생들은 8시간 넘게 마스크를 쓰고 어려운 문제와 씨름해야 한다.

매년 이날이 되면 관공서·기업의 출근은 1시간 뒤로 늦춰지고 지하철·버스가 증편 운영된다. 외신은 팬데믹 상황에서도 45만명 이상이 응시하는 수능이 예정대로 치러지는 상황을 놀라워한다. 지난해 영국 BBC방송은 “인생을 바꾸는 시험은 팬데믹에도 멈추지 않는다”며 한국의 수능시험을 조명했다.

1993년 첫 실시된 수능은 올해로 시행 28년째를 맞았다. 수능은 선택형 시험으로의 개편 등 그간 수십 번 크고 작은 변화를 맞았지만 대입에서의 영향력만큼은 건재하다. 수능성적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정시뿐만 아니라 수시에서도 수능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수험생이 선호하는 대학·학과의 상당수가 수능최저학력기준으로 최종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수능은 암기력이 아닌,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대입을 개편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해를 거듭하면서 점차 학력고사와 유사하게 변모돼 온 게 사실이다. 수능을 설계한 박도순 고려대 명예교수조차 수능이 애초의 도입 취지를 잃었다고 비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수능을 가장 공정한 대입전형으로 꼽는다. 평가자의 주관이나 소속 학교, 부모 배경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순전히 지필고사로만 승부를 볼 수 있어서다.

대입 개편이 거론될 때마다 교육계는 소위 ‘수능파’와 ‘학종파’가 대립하는 양상을 보였다.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높이자는 쪽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존해온 것이다.

교육적으로 볼 때 수능보다는 학종이 발전된 입시전형인 것은 분명하다. 지식위주의 평가보다는 잠재력·특성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도 학종은 다수의 학생·학부모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학종은 학생이 고교 재학 중 쌓은 경험을 중시한다. 이른바 동아리·진로활동 등으로 대변되는 비교과 영역까지 평가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처럼 ‘부모 찬스’로 인턴활동을 조작해 대학에 합격하는 사례가 생겨났다. 부모가 속한 계층이 자녀의 대입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부모 뿐 아니라 소속 학교도 대입에 영향을 미친다. 학생들은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비교과 프로그램이 얼마나 다양한가에 따라 학종에서 점수를 더 받거나 덜 받는다. 학종 자체의 도입취지는 좋지만 계층 격차가 생긴다는 점이 맹점이다.

오는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교육부는 2024년까지 새 대입제도를 확정해야 한다. 수능 역시 공통과목 위주로 시험이 개편되는 등 변화가 불가피하다. 만약 수능을 자격고사로 바꿔 영향력을 약화하려 한다면 사회적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논란을 최소화하려면 무엇보다 공정성이 담보된 대입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대입은 공정성이 첫째 가치이며 대학에서의 수학능력이 그 다음이다. 우리사회에서 명문대가 갖는 프리미엄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공정성의 가치는 축소되지 않을 것이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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