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위아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하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 민간 기업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재연될 수 있는데도 뚜렷한 정부 대책은 없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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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 작년 12월 말까지 중앙·지방정부·공공기관 등 853개 기관에서 19만2698명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 이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목표치(20만4935명)의 94%를 달성한 수준이다. 정부 계획대로 추진되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 20만명 넘는 인원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지난 5월 인사청문회에서 “정규직 전환 정책은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며 “아직 전환이 안 된 기관에 대해서는 조속히 전환을 완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 관련 인사·노무관리 등을 총괄하는 기구인 공무직위원회가 관련 대책을 검토 중이다. 위원회에는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인사혁신처 고위공무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 목표치를 계획대로 달성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곳곳에서 갈등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문 대통령이 방문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내홍이 계속됐고 사장까지 바뀌었다. 이후 한국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까지 분란이 계속됐다. 최근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이 대화로 문제를 풀자며 단식 농성을 하기도 했다.
건보공단 갈등은 일단 봉합됐지만, 현장에서는 ‘시한폭탄’처럼 또다시 정규직 갈등이 터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들은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곳곳에서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국립국악원 등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는 무기계약직(공무직) 직원들이 기획재정부 서울사무소 앞에서 “정규직 전환 이후에도 차별이 여전하다”며 농성을 했다. 동일한 직종임에도 소속 기관에 따라 임금이 들쑥날쑥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어겼다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하지 못하는 탓에 농성만 잇따르고 있다. 똑같은 일을 해도 기관별로 임금이 다른 상황에서 어떻게 기준을 맞출지, 어느 정도로 처우 개선을 해야 할지를 결론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기재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책정되는 공공기관별 인건비는 한정돼 있는데 무작정 처우개선을 하면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바늘구멍’인 청년들의 취업문만 좁히는 것이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시장 상황, 갈등관리를 신경 썼어야 했는데 목표치 숫자를 달성하는 데 급급했다”며 “앞으로 시한폭탄처럼 갈등이 불거질 수 있어 이제라도 정부가 시장을 존중하면서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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