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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신문부터 증거조사까지…디지털성범죄 2차피해 고민하는 法

하상렬 기자I 2020.06.15 05:15:00

조주빈 첫 공판서 재판부 고민 공개적으로 드러나
피해자 등 증인신문, 재판부의 균형잡힌 결정 중요
특히 디지털 성범죄 특징상 증거조사 고심 커질 듯
"개별스크린 설치 등 法 최소한의 노력해야" 지적도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에 대한 재판이 본격화된 가운데 공범 등 관련 재판들 역시 속속 일정에 돌입하고 있다. 각 피의자에 대한 빠르면서도 강한 처벌을 원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크지만, 정작 재판과정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은 모습이다.

사이버 성범죄.(사진=이미지투데이)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끈 조주빈 사건 등 성범죄 재판이 속속 열리고 있는 가운데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면서도 피해자의 2차 피해 역시 방지할 수 있는 재판 방법에 대한 법원 고민이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 11일 진행된 조주빈 1차 공판기일에서는 재판부와 관련된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낸 바 있다.

해당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 재판장 이현우 부장판사는 “가급적 피해자 측이 요청하는 사안에서 다 들으려 하지만, 안 되는 부분은 양해를 바란다. 여러 가지로 고민을 하고 있다”며 재판 도중 “아이고…”라고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2차 피해 vs 방어권 보장…조주빈 증인신문 비대면으로

조주빈 사건은 물론 공범들, 또는 이와 유사한 다른 디지털 성범죄에서 같은 고민은 이어질 전망이다.

일단 피해자를 법정을 불러 피해 사실 등을 증인 신문과 관련 피해자의 2차 피해 방지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간 균형 맞추기에 각 재판부의 고민은 커질 전망이다. 각 재판부의 개별 상황에 대한 판단에 따라 어디에 가치를 더 두느냐에 따라 재판의 흐름은 물론 이에 대한 여론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조주빈 재판에서는 이미 피해자가 한 차례 법정출석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2차 공판에서 피해자 증인신문시 조주빈 등을 법정에서 퇴정시키는 방향이 유력하게 고민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증인이 피고인 앞에서 증언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면 피고인에게 퇴장을 명령하는 비대면 신문을 지시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각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법정에서 피해자 보호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처들도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비대면 신문뿐만 아니라 비공개 재판으로 방청 제한을 하거나, 차폐시설을 설치해 피고인과 증인이 서로 볼 수 없도록 하는 방법도 이미 조주빈 관련 사건에 수차례 적용됐다. 이중 차폐시설 설치는 피해자와 피고인이 같은 공간에 있기 때문에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가장 약한 제도로 평가되지만, 피고인 방어권 보장 측면에서는 피고인이 증인신문 내용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방어권을 보장하는 장점도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디지털 성범죄 증거조사가 난관…“최소한 개선 노력 있어야”

디지털 성범죄에서 재판부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증거 조사 방식이다. 디지털 성범죄의 특징상 사진 또는 영상 등 증거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피해자 2차 피해 우려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신과 관련된 사진 또는 영상을 피고인은 물론 제3자들이 봐야 하는 만큼 두려움이 클 수밖에 없다.

일단 법리적으로 증거조사는 피고인이 꼭 참석해야 한다. 피고인이 없는 상태에서의 증거조사는 형사소송법상 증거로 인정되기 어렵다. 피고인 참석 없이 증거조사가 이뤄진다면 방어권 문제가 발생한다. 피고인에게 본인 여부를 확인할 기회를 박탈한다면 수사기관이 멋대로 증거를 조작하는 등의 경우 방어권을 상실하는 문제가 있다.

이에 더해 현행 디지털 성범죄 증거조사 시 큰 스크린을 통해 시청·청취한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큰 스크린으로 증거를 재생하는 것만으로도 피해자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비공개로 전환해 방청석을 비우더라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피고인·변호사·검사·재판부·법원직원 등 일제히 자신이 나오는 영상을 보면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변호해 온 이은의 변호사는 “적어도 그 상황에서는 검사·판사·피고인 측 변호사 정도만 볼 수 있도록 개별스크린 설치를 법원이 고민해야 한다”면서 “최소한의 사람이 증거를 보고 있다는 것을 피해자에게 인지시켜 준다면 피해자의 심리적부담을 줄여줄 수 있고 증거이자 피해의 목격도 최소화할 수 있다. 최소한 성폭력 전담 재판부의 법정 안에는 시설 설치를 고민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외 판사 개별 간 성인지 감수성 정도의 편차가 크다는 점 역시 문제점을 지적된다. 조주빈 등 2차 공판은 오는 25일 오후 2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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