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작
기하학적 추상조각으로 미니멀리즘 추구
평면으로 해체, 입체로 확장한 ''오동나무''
장식없는 공간에 치장없는 순수형상으로
| 이형우 ‘오동나무’(사진=노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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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동그랗고 납작하게 오려낸 판이 벽에 걸렸다. 그 아래는 정육면체를 슬쩍 다듬은 덩어리가 줄지어 놓였고. 색을 입힌 것 외에 대단한 가공 없이, 갈라진 살결까지 그대로 드러낸 민낯의 나무원형이다. 무르고 가벼워 가구나 악기 제작에 많이 쓰였다는 ‘오동나무’의 대잔치. 작가 이형우(65·홍익대 조소과 교수)의 조각품들이다.
작가는 기하학적 추상조각으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해왔다. 흙이면 흙, 돌이면 돌에서 꾸밈 없는 순수한 형상을 빼내는 작업이다. 이번에는 ‘오동나무’(2020)다. 2차원 평면으로 ‘해체’한 판, 3차원 입체로 ‘확장’한 뭉텅이를 교차시키며 다양한 조형언어로 말 걸기를 시도한다. ‘해체’는 톱질해 얻은 톱밥, 칼질로 얻은 각목, 통나무를 켜서 얻은 목판이 되기도 하고, ‘확장’은 그들을 붙이고 잇고 짜낸 입체작품이 되기도 했다.
받침대 없이 작품을 턱턱 얹어 설치공간을 꾸미는데, 묘미는 여기에 있다. 장식 없는 공간에 치장 없는 원형을 들인 대신 풍성한 ‘사색의 장’을 만드는 거다. ‘깃털만큼 가볍다’는 오동나무만큼 복잡한 심상을 덜어내란 뜻일지도 모르겠다.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노화랑서 여는 초대전 ‘오동나무’에서 볼 수 있다. 오동나무. 가변크기·설치. 작가 소장. 노화랑 제공.
| 이형우 ‘오동나무’(사진=노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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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이형우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노화랑에 연 초대전 ‘오동나무’에 내놓은 자신의 조각·설치작품 곁에 섰다(사진=노화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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