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리금 없애고 월세 낮춰도…문의 뚝
5일 현재 ‘네이버 부동산’ 중개 사이트에는 임대 물건으로 올라온 지하철 4호선 명동역 인근 상가만 약 35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는 ‘노른자위’로 꼽히는 명동역 9번, 10번 출구 주변 상가가 15개에 이른다.
대표적인 번화가인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 ‘종각 젊음의 거리’ 주변 상가도 약 42개가 임대 물건으로 중개 사이트에 올라와 있다. 인근 종로구 J공인 관계자는 “포털에 올리지 않은 물건들도 수두룩 하다”며 “계약 연장을 안해 새 임차인을 구하는 상가가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빈 점포는 쏟아지는데 임대 문의는 전혀 없는 상태다. 1월 중 드문드문 있던 임대 계약도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터진 2월 초부터 뚝 끊겼다는 것. 종로구의 M공인 관계자는 “2월 들어 코로나19로 임대 문의와 계약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임대 물량이 이렇게 쌓인 것은 체감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종로구 관철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44)씨는 “2월 들어 하루 열 테이블도 못 받은 날이 많았다”며 “장사를 그만두는 사람은 증가하는 데, 시작하려는 사람은 적으니 빈 상가가 많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상황이 이렇자 몸값을 낮춘 상가들도 대거 등장했다. 종각 젊음의 거리에 있는 전용 214㎡짜리 한 상가는 보증금 1억원·월세 800만원으로 지난해 12월 시장에 나왔지만, 결국 지난 2월 말 월세 700만원으로 다시 내렸다. 빈 상가였던 터라 권리금도 없다.
E공인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임대료를 안 내리고 버티는 건물주가 많았지만, 올 들어선 큰 폭으로 내리는 추세”라며 “그런데도 코로나19로 문 닫는 가게가 늘면서 임차인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상반기 공실률 최대 예상…상가 매매 거래도 반토막
코로나19 여파는 상가시장에 장기적인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상가 공실률은 매 분기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분기 11.3%에서 4분기 11.7%로, 소형은 5.2%에서 6.2%로 매 분기마다 증가세를 보였다. 4분기 통계는 2019년 집계 이래 최대치다. KB(국민은행)경영 연구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되다 보니 상가 임대인·임차인 모두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이 상황이 진정되더라도 오프라인 영업점 감소 추세는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임대차 시장뿐 아니라 상가 매매 시장도 타격을 입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상업·업무용 부동산의 매매량은 지난 1월 1170건이었으나 2월 726건로 약 40% 줄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유동인구 감소와 매출 저하로 임차 수요가 크게 감소해 공실률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임대 수익률도 감소해 상가 매매거래량까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