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동10년 마이크로바이옴, 글로벌강자 노리는 국내업체들②

류성 기자I 2019.09.27 05:01:00

2007년 DNA해독기술 상용화후 시장개화한 신규산업
국내는 천랩, 고바이오랩, 지놈앤컴퍼니 등이 주도
천랩, 마이크로바이옴 글로벌 표준 선점해 주목
장내 미생물균주,빅데이터 기술,제품화 역량이 좌우

[이데일리 류성 기자] “제로 부작용, 검증된 효능.‘

글로벌 바이오업계가 기존 의약품 패러다임을 뒤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들을 주목하는 이유다.

주로 화학물질을 소재로 하는 탓에 기존 의약품은 태생적으로 부작용의 위험이 상존한다. 여기에 사전에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약개발에 들어갈수 밖에 없어 기대했던 신약에 대한 효능도 단계별 임상시험 과정에서 언제든지 물거품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의약품개발의 한계로 10여년 장기간에 걸쳐 많게는 수조원을 들여 연구개발을 하더라도 1만개 신약후보 가운데 겨우 1개 정도만이 최종적으로 신약 상품화에 성공하는게 제약업계의 냉엄한 현실이다.

◇유익한 장내 미생물 원료쓰는 마이크로바이옴 부작용 없고,효과 검증돼

이에 비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각종 질환 치료에 대한 효과가 이미 입증된 장내 미생물을 소재로 신약개발에 나서기 때문에 상품화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여기에 몸에 좋은 장내 미생물을 원료만을 소재로 쓰다보니 인체 부작용이 없다는 강점이 있다. 기존 화학물질로 만든 신약은 몸안에 없던 물질이어서 부작용 우려가 상존하는 반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은 이미 몸안에 있는 유익한 미생물로 만들다보니 안전성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은 역사가 수백년에 달하는 기존 의약품에 비해 태동한지 불과 10년 안팎에 불과한 신생 분야다. 2007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법이 보편화되면서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짧은 역사로 인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산업은 아직까지 글로벌하게 절대강자가 등장하지 않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 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시장선점에 나설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산업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을 꼽는 배경이다. 현재 이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대표적 국내 기업으로는 천랩, 고바이오랩, 지놈앤컴퍼니 등이 손꼽힌다.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갖춰야 할 핵심 경쟁력으로는 △방대한 장내 미생물 균주 확보 △장내 미생물과 각종 난치성 질환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할수 있는 빅데이터 분석력 △장내 미생물을 기반으로 한 신약개발 역량 등이 거론된다.

이들 국내 업체는 이 3대 핵심 역량 분야에서 이미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거나 근접한 것으로 업계는 판단한다.

◇세계 미생물학 인용건수 최다, 천랩 마이크로바이옴 플랫폼 세계표준 선도

특히 천랩은 세계 최고 수준의 마이크로바이옴 플랫폼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표준을 선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천랩의 플랫폼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개발하는 세계 각국의 기업들에게 건강한 사람과 질병에 걸린 사람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정확히 해석해 분석할수 있는 기반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12만명으로부터 확보한 장내 미생물 샘플을 바탕으로 36억개라는 방대한 미생물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다. 랩의 마이크로바이옴 플랫폼은 세계 미생물학 산업에서 지금까지 8200회나 인용되면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세계 표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천종식 천랩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플랫폼은 바다를 향해할 때 필수적인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며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개발하는 업체에 장내 미생물과 질병과의 상관관계등을 해석할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 플랫폼을 활용해 우선적으로 장내 미생물을 소재로 한 비만, 당뇨, 치매, 뇌질환, 우울증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014년 국내 최초로 출범한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기업 고바이오랩도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눈앞에 두고있다. 고바이오랩 창업자인 고광표 대표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와 서울대 마이크로바이옴 센터장을 겸직하고 있는 이 분야 전문가다.

이 회사는 자체 확보한 5000여가지 장내 미생물과 3000여명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이크로바이옴 플랫폼인 ‘다중오믹스’를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고바이오랩이 중점적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분야는 장내미생물을 활용한 자기면역질환, 감염질환, 대사질환 치료제 등이다.

◇ 화이자, 로슈등 글로벌제약사및 네슬레, 카길등 식품업체들도 신규시장 진입

특히 고바이오랩은 자가면역질환 치료 신약(KBLP-001)에 대해 최근 호주에서 임상1상 시험승인을 획득하면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 있어 가장 앞서 나간다는 평가다. 고바이오랩의 글로벌 임상1상 진입은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업계 최초다. 고광표 대표는 “이미 확보한 30여가지 신약후보 물질을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신약개발에 필요한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라며 “빠르면 5년내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상품화할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또다른 국내 대표 마이크로바이옴 업체인 지놈앤컴퍼니는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면역항암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불임치료, 아토피, 여드름 개선 화장품, 면역증진 건기식, 체지방 감소 건기식 등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외에도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주목을 받고 있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은 이제 막 시장이 개화되는 시점이어서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한 글로벌 기업은 없다”며 “국내 기업들은 특히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항암치료제 분야에서 글로벌하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글로벌 제약사 및 식품업체들도 뒤늦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에 스타트업들과의 파트너십 형태로 속속 뛰어들면서 업체간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는 모양새다.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 로슈, 존슨&존슨,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 애브비등과 식품업체 네슬레, 카길등이 대표적이다.

출처: BCC 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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